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한 최후통첩 시한을 약 1시간 30분 앞두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인 개방을 전제로 예정됐던 공습을 2주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이란이 제시한 10개 항의 종전안을 기반으로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이란으로부터 10개 항 제안을 받았다”며 “그것이 협상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기반이라고 본다”고 했다.
|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에 따르면 이 10개 항 제안에는 △비침략 보장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 지속 △우라늄 농축 활동 인정 △모든 1차·2차 제재 해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관련 모든 결의 종료 △이란에 대한 배상 △중동 지역에서의 미군 전투 병력 철수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중단 등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제시한 10개 항을 일단 “실행 가능한 기반”이라고 표현했지만, 항목을 들여다보면 미국과 어떻게 이견을 좁힐지 가늠하기 어려운 요구가 상당수다.
양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가장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에 필요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발표 직후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구체적인 방법은 밝히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에 대해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 폐기를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이란의 제안을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과 전쟁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뇌관이다.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을 명분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통행료 징수를 미국에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통행료 징수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관련해 “미국이 선박 정체 해소를 지원할 것”이라며 “막대한 자금이 창출되고, 이란은 재건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걷기 시작할 경우 선박 운임과 에너지 가격 상승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에 합의할 경우 반발이 상당할 전망이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을 공고히 하는 합의는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내용과 이란 측의 주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다”면서 “만약 이란이 이제 호르무즈 해협을 영구적으로 장악하게 된다면, 이 모든 노력이 얼마나 큰 실수였고 얼마나 잘못된 판단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공화당에서도 이란에 보상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전쟁 발발 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공격해 항행의 자유를 파괴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이란이 세계를 상대로 한 이 적대적 행위에 대해 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2주 내 합의가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번 휴전은 ‘시간 벌기’에 가까운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미루며 상황을 관리하려는 전형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대서양위원회 중동 프로그램 산하 스코크로프트 중동 안보 이니셔티브의 조나단 파니코프 소장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이란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 매립된 고농축 우라늄, 영구적인 호르무즈 항행 자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한다는 전제하에 2주간의 휴전을 수락하기로 한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찾던 탈출구를 마련해 주고 일시적인 승리를 주장할 수 있게 해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휴전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어진 ‘2주간의 시험대’로 평가된다.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대외 신뢰도가 훼손되고,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싱크탱크인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의 군사 분석 책임자 제니퍼 카바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선 것은 다행이지만, 어차피 물러설 거라면 최악의 방식으로 물러난 셈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전에 판을 너무 크게 벌려놓음으로써 자신의 신뢰도와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대한 인식에 입힐 피해를 극대화했다. 이는 미국에 명백한 전략적 패배”라고 지적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