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최근 조산 증세를 보인 고위험 임산부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장거리 이동 끝에 신생아 사망으로 이어진 사례가 발생한 가운데, 기존 진료 병원을 벗어나는 순간 응급 대응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구조적 공백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응급실 뺑뺑이’를 넘어 고위험 산모 관리 체계의 지역 단절 문제를 재차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 고위험 산모 관리 체계는 특정 병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개별 진료 단위’ 구조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일 병원에서 치료가 이어질 경우 의료진과 시설, 치료 계획 간 연계가 비교적 원활하게 작동하지만, 환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순간 이러한 연속성이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고위험 산모일수록 기존 시술 이력, 임신 상태, 예상 합병증 등 복합적인 의료 정보에 기반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병상이나 응급실 가용 여부만으로는 수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산부인과·마취과·소아청소년과가 동시에 대응 가능한 ‘팀 단위 시스템’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재 응급 이송 체계는 이런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병원별 수용 가능 여부를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결과적으로 고위험 산모는 ‘적합한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지역 간 이동에 의존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고위험 산모의 ‘관리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로 진단한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환자 상태를 가장 잘 아는 병원과 즉시 연계되지 않으면, 다른 병원 입장에서는 책임 부담과 의료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에서도 해당 산모는 자궁경부 봉합술을 받은 초고위험군으로, 응급 제왕절개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다. 쌍둥이 임신 특성상 신생아중환자실 병상 2개 확보와 전문 의료진 동시 투입이 필요했지만,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병원을 실시간으로 찾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환자 측이 기존 진료 병원이 있는 수도권으로 직접 이동을 선택하면서 대응이 이뤄졌지만, 이 과정에서 치료 시점이 지연되며 피해로 이어졌다. 의료계에서는 기존 진료 이력이 없는 초진 환자인 데다 쌍둥이 임신으로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을 동시에 확보, 산부인과·마취과·소아청소년과 등 다학제 의료진과 수술 인력을 즉시 투입해야 하는 고난도 조건이 겹치면서 수용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지역 의료 격차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고위험 산모를 수용할 수 있는 인력과 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된 반면, 지방에서는 제한된 자원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책임형 응급의료체계’를 도입하며 병원 간 수용 조정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고위험 환자 특화 대응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이송 체계 개선을 넘어 △고위험 산모 전담 네트워크 구축 △의료정보 실시간 공유 △지역 간 병상·인력 통합 운영 등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기존 진료 병원과 타 지역 병원을 연결하는 ‘연속 치료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유사 사례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초고위험군 산모는 응급 상황 발생 시 수술까지 이어지는 시간이 생존율을 좌우하는 만큼 이동 거리와 시간 자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의 치료 이력과 상태를 가장 잘 아는 병원과의 연속성이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 이송 체계 개선을 넘어 고위험 산모 정보를 기반으로 지역 간 병원 간 즉시 연계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유사 상황에서 대응 공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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