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승승장구하던 초저가 K뷰티가 글리세린 가격 급등이라는 암초에 직면했다.
화장품의 핵심 원료 가격이 치솟으며 수익 구조 상 가격 인상은 물론, 용량 축소와 성분 조정 등 소비자 체감 변화로 번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양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글리세린 가격이 최근 빠르게 오르며 화장품 업계의 주요 원가 변수로 떠올랐다. 공급 축소와 수요 증가가 동시에 맞물리며 가격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실제 보습제 원료인 고순도 글리세린 도매가는 ㎏당 2000원대에서 최근 3000원대 중반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해상 운송 차질까지 겹치며 추가 인상 요인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공급 감소와 수요 확대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동남아시아 기상 변수로 생산과 물류에 차질이 생긴 데다, 바이오디젤 생산 감소로 부산물인 글리세린 공급이 줄어든 영향이 반영됐다. 반면 K뷰티 확산과 제약용 수요 증가로 소비는 늘어나면서 수급 불균형은 심화되는 모습이다.
원가 부담은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화장품 제조원가 전망지수(EBSI)는 65.8로 직전 분기(110.4) 대비 급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가 체감하는 원재료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글리세린은 정제수 다음으로 사용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보습 원료로, 토너·로션·크림·바디케어 등 기초 화장품 전반에 쓰인다. 보습뿐 아니라 점도와 제형 안정성에도 관여하는 핵심 성분으로 꼽히며, 단기간 내 대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가격 변동이 제품군 전반으로 확산되는 구조를 갖는다.
업계에서는 이미 원가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리세린과 프로필렌글리콜 등 보습제 사용 비중 높은 만큼 원료 가격 상승이 제조사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가격 조정 여부까지 검토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공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원료 조달 전략 변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원료로 일부 전환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언급되지만, 품질과 안정성 측면에서 제한적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주덕 서울사이버대학교 뷰티산업학과 석좌교수는 “글리세린은 화장품에서 사용량이 많은 기본 원료이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업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까지는 영향이 제한적인 수준이지만 부담이 누적될 경우 제품 가격이나 사양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급 불안이 길어질 경우 원료 조달 방식이나 제품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요 브랜드와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업체들은 현재까지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원료 재고를 일정 수준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가격 인상이나 제품 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화장품은 원재료 비용보다 마케팅과 유통 비용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로, 가격 인상 충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공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부담이 빠르게 가시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판매가를 쉽게 올리기 어려운 초저가 시장에서는 원가 상승분을 내부적으로 흡수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가격 인상에 앞서 용량 축소나 성분 함량 조정, 처방 단순화 등 비(非) 가격적 대응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압박은 균일가 채널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가격 자체가 경쟁력인 구조상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품 사양 조정이나 제조사 마진 축소를 통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초저가 화장품이 유지해온 가격 대비 품질 균형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원료 조달 협상력이 낮은 중소 브랜드일수록 동일한 원가 상승에도 체감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대형사 역시 재고 소진 이후에는 대응 여력이 줄어들 수 있어 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청한 균일가 채널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뚜렷한 영향은 없는 상황이지만 외부 변수까지 겹쳐 있는 만큼 장기화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