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괴리된 응급환자분류체계(KTAS) 개편 필요성도 촉구
뇌졸중은 촌각을 다투는 필수 중증응급질환으로 급성기치료, 즉 초기 얼마나 빨리 진단해 치료하는지가 예후를 좌우한다. 이에 뇌졸중 의심환자가 응급실에 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이송체계 구축은 물론 뇌졸중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는 신경과 전문의의 역할이 막중하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녹록지 않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뇌졸중환자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현 치료환경은 뇌졸중의 특성을 전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에 중증 응급환자가 여러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당하거나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이송이 지연되는 사례, 즉 응급실 뺑뺑이(응급실 미수용)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오늘(8일) 국회에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대한뇌졸중학회가 주관한 ‘초고령사회 급성뇌졸중 치료환경 혁신 및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간담회’가 진행됐다.
간담회를 주최한 소병훈 의원은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대응이 국가적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응급의료체계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인 만큼 간담회에서 오간 의견들이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뇌졸중학회 차재관 회장은 “오늘 토론회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왜 뇌졸중 같은 신경계질환에서 지속되고 있는지 근본 원인을 짚어보는 자리”라며 “예산 지원을 떠나 현 의료현장의 실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응급의료체계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간담회 취지를 밝혔다.
이날 학회는 응급실 뺑뺑이의 주요 원인으로 ▲응급의학과와 배후 전문진료과 간 소통 부족 ▲뇌졸중 등 필수중증응급질환을 담당할 전문의의 응급실 부재 ▲배후진료과 인력 배치가 의무가 아닌 현행 제도의 한계 등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대한뇌졸중학회 이경복 부이사장은 응급실 내 신경계 전문의를 포함한 배후진료과 전문의 상주 체계 구축을 핵심 대안으로 제시했다. 즉 현재 응급실에는 뇌졸중을 전문으로 보는 신경과 의사가 상주하지 않아 바로 뇌졸중을 감별 진단하기 어렵고 119대원의 전화에도 상황 판단이 쉽지 않아 환자 수용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
이경복 부이사장은 “응급실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판단이 동시에 이뤄져야 환자 분류, 병원 선정, 치료 결정이 지연 없이 진행될 수 있다”며 “배후진료과 전문의가 응급실에서 119와 실시간으로 연계되고 병원 간 협력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갖춘다면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중증응급환자의 감별진단, 신속한 치료 결정, 병원 간 전원 조율 등 응급의료 전 과정의 효율성을 높여 골든타임 확보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날 학회는 현실과 괴리가 있는 응급환자분류체계(KTAS)에 대해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응급실에서는 KTAS 5단계에 따라 위급한 순서대로 진료하게 돼 있다. 뇌졸중은 즉시 치료가 필요한 KTAS 2단계에 해당한다. 더욱이 최근 대한응급의학회(KTAS위원회)가 뇌졸중치료의 위급성을 고려, KTAS 2단계의 분류기준을 뇌졸중 발생 4.5시간에서 24시간까지로 개선해 이 시간 이내 발생한 뇌졸중도 긴급 환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관련 법 제도와 시행규칙 개정이 뒤따르지 않아 정작 현재 응급실에서는 과거의 KTAS기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빨리 응급실에 와도 치료가 필요한 뇌졸중환자 상당수가 낮은 중증도로 분류, 진료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 국내 의료기관의 조사결과 전체 뇌졸중환자의 약 65%가 KTAS 3단계(응급)로 분류되고 초급성환자 일부만이 KTAS 2단계(긴급)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뇌졸중학회 고상배 정책이사는 이같은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현실과 제도 사이의 괴리가 큰 현실을 개선하려면 이미 개선된 KTAS 기준을 시행규칙에 조속히 반영해 세부 중증도 분류기준을 정비해야 한다”며 거듭 개선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날 학회는 119단계에서부터 응급실, 치료까지 이어지는 전주기적 관리시스템 구축, 신경과 전공의 확충 등을 뇌졸중환자의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학회의 목소리에 대해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송영진 과장은 정부도 뇌졸중환자의 위급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응급의료체계에 있어서는 해결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KTAS와 관련해서는 늦어도 올해 안에 개정된 기준을 한국 응급환자의 중증도 분류기준에 반영해 현실과의 괴리를 줄이겠다고 답변했다.
김양균 의학전문기자는 10년간의 취재 경험을 토대로 수도권과 지방 간 뇌졸중환자 수용률 격차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뇌졸중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 측에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대한뇌졸중학회 홍근식 이사장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이 매우 낙후된 것처럼만 비춰지면 안 된다”며 “우리 학회는 현실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공론화하고 현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실질적으로 대안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을 제시한 것”이라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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