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중동전쟁 여파로 자동차 산업이 비용과 생산, 수요 전반에서 복합 리스크에 직면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더해 공급망 차질까지 업종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다만 단기 실적 부담과 달리 완성차 업계의 산업 경쟁력과 중장기 성장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 공격 중단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이란 간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일정 기간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전쟁 여파에 자동차 산업 복합 리스크 부담
중동 리스크의 가장 직접적인 변수는 생산 비용의 상승이다.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원재료비는 전체 매출 대비 약 70%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플라스틱·합성수지 비중이 38%, 철강·비철금속 비중이 44%를 차지한다. 이를 매출 기준으로 환산하면 각각 약 27%, 31% 수준이다. 예컨대 유가상승으로 플라스틱·합성수지 가격이 30% 상승할 경우 완성차 마진이 약 4%가량 줄어드는 구조다.
문제는 비용 상승이 일시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동차 산업은 '타이어→부품→완성차' 순으로 원가 부담이 확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타이어 업체는 2분기부터 원재료·운임 상승 영향을 반영하고 부품사와 완성차는 2~3분기의 시차를 두고 부담이 반영된다. 1분기까지 중동 리스크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원인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하반기로 갈수록 전쟁 여파에 따른 비용 압박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생산 차질 가능성은 더 큰 리스크로 지목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동차 공장 가동률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은 과거 반도체 부족, 코로나 셧다운 등에서 확인됐듯 공급망 충격에 민감하다. 원재료 가격 상승보다 생산 차질이 더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가동률 조정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급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완성차 업체가 고수익 차종 중심의 '선택적 생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반도체 부족 시기에도 스포츠유틸리티차(SUV)·고가 차량 중심으로 생산이 재편되며 평균판매가격(ASP) 상승과 수익성 방어가 동시에 나타난 바 있다. 이번에도 유사한 흐름이 재현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외에 비용 변수로는 반도체 가격 변수와 환율이 언급된다. 차량 내 반도체 탑재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칩 가격 상승은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수입 부품 가격까지 상승하는 구조다. 특히 전장 비중이 높은 부품사의 경우 고객사 전가까지 시차가 존재해 단기 마진 압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동 리스크로 인한 자동차 산업은 △원재료 △반도체 △환율이라는 삼중 비용 압박에 직면한 셈이다. 동시에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까지 겹치며 수요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 반전 카드는 '신차·SDV·로보틱스'...미래 전략 가시화
그럼에도 업계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향후 가시화될 완성차 업체의 주요 사업 일정에 있다. 4월 9일 개최 예정인 '기아 CEO 인베스터 데이'를 시작으로 올 3분기 미국에 구축 중인 현대차그룹 '로봇 메타플랜트애플리케이션 센터(RMAC)'의 개소, 제네시스 G90 부분변경 모델, GV90 등 신차 출시 등이 이어지며 자동차 업종의 성장 기대가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의 인베스터 데이는 단순 실적 발표를 넘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피지컬 AI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핵심 전략을 전격 공개하는 자리로 주목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박민우 현대차그룹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그룹 합류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오를 예정이다. 엔비디아와 테슬라 등을 거친 박 사장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이른바 '아트리아 AI' 로드맵과 올해 양산을 목표로 한 '풀스택 SDV' 기술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보틱스 분야 양산 전략도 공개된다. 잭 잭코프스키 보스턴다이나믹스 개발총괄이 참여해 지난 'CES 2026'에서 주목받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양산 시점과 산업 현장 투입 계획 등 구체적인 로보틱스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는 완성차 산업의 확장성을 시장에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의 RMAC 개소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RMAC를 자율주행·로보틱스·스마트 팩토리에 활용할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생산·처리 거점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드물게 피지컬 AI를 겨냥한 데이터센터와 데이터 수집 체계를 동시에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양산 역량에 AI 학습용 데이터 확보 능력이 결합될 경우 자동차 제조를 넘어 소프트웨어·로보틱스 분야까지 경쟁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로 단기 비용 부담과 생산 차질 우려는 불가피하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차종 조정 능력과 글로벌 부품 공급망 운영, 신차 투입 등 다양한 대응 여력을 갖추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데이터 기반 생산 체계 등 미래 모빌리티 전략이 구체화되면 자동차 산업 경쟁력도 재평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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