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예진 기자】과도한 상속증여세가 기업의 가업승계를 가로막고 국부 유출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상속세율 인하 등 구조적인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자유경제포럼과 한국경영인 학회의 공동 주최로 ‘코스피 8천과 가업승계 활성화를 위한 상속증여세 개선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현재 국내 상속증여세 제도는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을 기본 틀로 유지하며, 5단계 초과누진세율과 함께 일괄공제 및 배우자공제를 각각 5억원씩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상속인별 취득재산을 기준으로 하는 유산취득세 전환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면서 제도 개편 논의가 뜨거운 상황이다.
개회사를 맡은 국민의힘 박대출 국회의원은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이며,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최대 60%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0% 내외를 크게 웃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이 축적해 온 기술과 경영 노하우가 세금 부담 때문에 단절되지 않도록, 제도를 합리화해 가업승계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인학회장이자 한양대학교 이웅희 교수는 환영사에서 불확실성과 싸우는 기업 경영자들에게 상속·증여세 완화는 주식 시장에 큰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부의 재분배와 기업 성장 간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제도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신현한 교수는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 “경제적 측면에서 투자 및 승계 부담을 우려하는 시각과 부의 재분배 및 기회균등을 강조하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며, 단순한 세율 인하를 넘어선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5년간 자산 가격이 폭등하고 최저임금이 약 6.4배 오르는 등 경제 규모가 크게 성장했음에도 상속세 과세표준은 굳게 동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기준이 제자리걸음을 하다 보니 실질 가치가 하락한 소득과 자산까지 과세 대상으로 흡수하는 ‘소리 없는 증세’가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제 상속세는 부유층만의 세금이 아닌 중산층의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신 교수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승계 포기와 기업 매각으로 이어져, 장수 기업의 노하우 단절과 국부 유출이라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그 근거로 상속세 부담 탓에 본사를 이전했던 스웨덴 가구 기업 이케아의 사례를 들며, 이후 스웨덴이 상속세를 폐지하고 나서야 기업 투자와 고용 지표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만 역시 2009년 상속세율을 기존 50%에서 10%로 대폭 인하했으며, 이러한 세제 개편이 산업 정책 및 공급망 재편 등과 맞물려 TSMC 같은 글로벌 기업이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신 교수는 국내 상속세 개편 방향으로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30% 내외로 인하하고, 과세표준과 공제액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실제 상속받은 금액에만 세금을 매기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동시에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고 물가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 발제를 맡은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박훈 교수는 “가업상속공제 한도가 2008년 이전 1~2억원 수준에서 독일 사례를 참고해 100억원까지 늘어났고, 올해는 6029억원으로 과거 대비 150배나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사후관리 기간 축소, 업종 변경 허용, 고용 유지 조건 완화 등 기업의 숨통을 틔워주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박 교수는 이러한 혜택 확대가 고액 자산가에게만 집중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이는 곧 부의 대물림으로 인식돼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세 부담 완화보다는 기업의 상황에 맞춘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공제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에는 경영 성과와 연동해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한창 성장기에 있는 중견기업에는 세금 납부유예(이연) 제도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령의 경영자나 승계 계획이 명확한 기업을 위해서는 생전 증여를 활성화하고 상속정산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기업의 경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형태의 공익 트랙을 신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