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포스코
포스코가 생산협력사 인력을 대규모로 직접 고용하면서 원청 중심의 고용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충청권에선 고용 안정 기대와 협력업체 축소에 따른 일자리 재편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8일 포항·광양제철소 생산현장에서 조업을 지원하는 협력사 직원 약 7000명을 직접 고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는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기 위함으로 직접 고용 대상은 현장 조업을 직접 지원하는 협력사 직원들이다. 그간 제철공정은 24시간 가동되는 데다 작업 간 직무 편차가 커 원·하청 구조로 운영돼 왔다. 대전의 한 경영학 A 교수는 “이번 결정은 2011년부터 시작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이 28건까지 확대되는 등 분쟁이 장기화한 데 따른 것”이라며 “2022년 7월 대법원이 포스코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면서 비용보다 안전·상생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이라는 경영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전 노동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하청 인력은 1만 8000명으로 원청 사업주에게 교섭 의무를 부과한 노란봉투법에 따른 부담도 한층 커졌다”며 “포스코의 이번 결단은 지역 고용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자리 안정에 대한 기대감은 벌써 높아지고 있다. 충남의 한 노무사는 “철강·석유화학 플랜트나 발전소처럼 원청 공정 내부에서 협력사가 동일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는 대법원 판례상 불법파견으로 판단될 여지가 크다”며 “포스코 사례를 계기로 충청권에서도 유사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직고용 요구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마냥 반기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협력사 직원 B 씨는 “직고용이 되더라도 별도 직군이 신설되거나 기존 정규직과 분리될 가능성이 있어 처우 격차가 생길 수 있다. 임금이나 근속기간이 온전히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GM의 경우 별도 직군 신설로 기존 정규직과의 임금·복지 격차 논란이 불거졌고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에서도 전환 대상 제외와 근속 인정 문제 등을 둘러싼 소송과 집단 분쟁이 장기화된 바 있다.
협력업체들도 불안감을 갖고 있다. 대전의 한 자동차 협력업체 대표는 “직고용이 확대되면 인력 유출과 함께 하청의 사업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어 지역 공급망이 약화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충남의 한 발전소 용역업체 관계자도 “원청이 해당 업무를 외주에서 분리하거나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기존 용역 계약이 종료되거나 축소되는 사례가 있어 일감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A 교수는 “원·하청 간의 역할 재편, 단계적 전환, 정부 지원이 병행되지 않으면 고용 안정 효과보다 산업 위축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속도보다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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