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고 금융 구조 전환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카카오뱅크 가 이를 현장에서 구현한 대표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를 통해 중·저신용자와 개인사업자까지 자금 흐름을 확장하고, 금융 접근성과 사용 경험을 동시에 개선한 구조가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 같은 모델은 국내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이미 사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몽골 진출까지 공식화되면서 'K-포용금융'의 이식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8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프레스톡 행사에서 윤호영 대표는 이러한 전략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포용금융을 "접근성과 사용 경험을 바꾸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국내에서 검증된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확산시키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 "복잡한 금융 바꾼다"…카카오뱅크, 'AI 네이티브 뱅크' 전환 선언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는 포용금융의 출발점을 '복잡성 해소'로 짚었다. 그는 "금융은 돈을 보내고 모으고 쓰고 불리는 단순한 행위지만 여전히 많은 고객이 어렵고 복잡하게 느낀다"며 "이 복잡성을 풀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포용금융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계좌를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실제로 금융을 자주 사용하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 인식은 곧 '평가 방식의 전환'으로 이어졌다. 기존 금융이 담보와 금융이력 중심으로 고객을 선별했다면, 카카오뱅크는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해 상환 능력을 재평가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사업장 정보, 소비 패턴, 거래 데이터 등을 가명 처리해 결합하고 업종별 특화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하면서 기존 금융권이 일괄적으로 배제했던 구간을 다시 들여다봤다.
성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대안신용평가모형 적용 이후 전체 대출의 약 14~15%가 추가 승인됐고, 약 8000억원 규모의 중·저신용자 대출이 새롭게 공급됐다. 특히 25세 미만에서는 기존 대비 30% 이상 높은 변별력을 보이며 '씬파일러' 문제를 실질적으로 완화했다.
이 같은 기반 위에서 카카오뱅크는 포용금융을 '사용성 중심 금융'으로 한 단계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윤 대표는 "금융 앱 기능이 많아질수록 고객은 필요한 것을 찾기 어려워지는 확장의 역설이 나타난다"며 "AI가 먼저 고객의 금융 문제를 찾아 해결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는 'AI 네이티브 뱅크'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2700만 고객 기반 데이터를 활용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결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결제홈', 금융상품 비교·투자 기능을 담은 '투자 탭'을 도입하고, AI가 소비와 저축, 투자 흐름을 관리하는 구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또 맞춤형 혜택 카드, 청소년·외국인 전용 카드 등 결제 영역을 강화하고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통해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자산관리 서비스로 확장한다. 금융을 단순한 거래 수단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 인니 슈퍼뱅크 CEO "카뱅 협업이 혁신 원동력"...생활 밀착 금융 구현
글로벌 파트너로 참석한 인도네시아 슈퍼뱅크 티고르 M. 시아한 CEO는 이날 발표에 나서 카카오뱅크와의 협업 성과를 직접 설명했다. 그는 2023년 9월 협업을 본격화한 이후 카카오뱅크의 디지털 금융 노하우가 서비스 전반에 적용되며 사업 기반이 빠르게 구축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카오뱅크와의 협업은 단순한 투자 지원이 아니라 디지털 뱅킹을 포함한 인도네시아 은행 산업 전반에 의미 있는 혁신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슈퍼뱅크는 카카오뱅크가 지분 투자에 참여한 첫 글로벌 프로젝트로, 2024년 출범 이후 약 20개월 만에 고객 640만명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하루 거래 건수는 120만건 수준으로 늘었고, 대출과 예금도 각각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는 등 디지털은행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시아한 CEO는 상품 구조와 관련해 "자동 저축 상품은 고객이 매일 소액을 적립하도록 설계해 저축을 습관화하도록 했고, '럭키 포켓'과 같은 참여형 예금은 앱 접속과 금융 활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구조로 설계됐다"며 "이는 금융 이용을 일상 속 행동으로 전환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의 디지털 금융 노하우가 현지 서비스 설계에 반영되면서 금융 접근성과 사용성이 동시에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 태국 "세계 3대 인터넷뱅크 중 카뱅 선택"...포용금융 확장 본격화
태국 Bank X 뿐나맛 위찟끌루왕싸 CEO는 이날 발표에서 태국 금융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직접 짚었다. 그는 태국이 디지털 전환 초기 단계에 있지만 금융 접근성 측면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태국은 저축 기반이 약하고 비공식 금융 의존도가 높은 구조"라며 "디지털은행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SCBX는 2023년 카카오뱅크와 협업을 시작했고 같은 해 6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며 "최고 수준의 디지털 뱅킹 역량에 주목해 파트너십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또 "카카오뱅크는 전 세계 3대 인터넷은행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들의 기술과 운영 경험을 접목하면 태국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뱅크X는 2027년 상반기 가상은행 출범을 목표로 현재 시스템 구축과 서비스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태국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에 대해 그는 국민 상당수가 충분한 저축을 보유하지 못하고 자산이 금융 시스템 밖에 머물러 있으며, 프리랜서·자영업자·노점상·온라인 판매자 등 비정형 소득 계층은 소득 증빙이 어렵다는 이유로 은행 대출에서 배제되고 결국 고금리 비공식 금융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고착돼 있다고 짚었다.
뿐나맛 CEO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카카오뱅크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소셜 기반 금융과 AI를 결합해 고객의 금융 활동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하고 있다"며 "단순한 금융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설계하는 금융 파트너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는 "앞으로 금융은 특정 기관 중심이 아니라 고객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결합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며 "AI 기반 서비스가 금융 이해도가 낮은 고객도 쉽게 금융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핵심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태국 사례는 금융 접근성이 낮은 계층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포용금융의 확장 모델이자, 카카오뱅크 구조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 몽골 협력 요청으로 진출...카뱅, 포용금융 인프라 수출 나선다
카카오뱅크 는 이날 새로운 진출 국가로 몽골을 공식 발표하며 글로벌 확장 전략을 구체화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이어 동남아를 넘어 신흥시장으로 확장하는 첫 사례다.
특히 이번 진출은 카카오뱅크가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 아니라, 몽골 현지 파트너가 먼저 협업을 요청하면서 구체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검증된 포용금융 모델을 도입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핵심은 '모델 수출'이다. 카카오뱅크는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모델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몽골에 전수해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금융 이력이 부족한 고객까지 평가 범위를 넓히는 기술을 현지에 직접 이식하는 방식이다.
윤호영 대표는 "몽골 진출은 한국에서 증명해 온 포용금융 역량을 세계에 수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인도네시아와 태국, 몽골을 교두보로 글로벌 확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질의응답에서도 몽골 전략의 방향은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윤 대표는 신용평가 체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시장일수록 카카오뱅크 모델의 효과가 크다고 강조하며, 단순한 금융 서비스 제공을 넘어 '평가 인프라 자체를 구축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금융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를 통해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됐던 고객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와 함께 카카오뱅크는 외국인 대상 금융 서비스 확대 계획도 공개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250만명을 포함해 방한 외국인과 재외국민까지 약 2000만명 규모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실시간 AI 번역을 통해 언어 장벽 없이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을 통해 글로벌 자산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까지 추진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날 프레스톡은 단순한 진출 발표를 넘어, 카카오뱅크가 구축한 포용금융 모델을 글로벌 표준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한 자리로 평가된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