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서은선 감독이 장편 데뷔작 '훈련사'(Wrangler)를 통해 국내외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6년 5월 국내 극장 개봉을 앞둔 이 작품은 밴쿠버, 모스크바, 예테보리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먼저 조명되며, 인간 심리의 균열과 관계의 복합성을 날카롭게 탐구한 다크 스릴러로 평가받았다. 특히 감독은 인물의 내적 갈등과 관계 속 모순을 정교하게 화면에 투영하며 장르적 긴장과 심리적 몰입을 동시에 끌어내는 연출력을 보여준다.
'훈련사'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스타 반려견 훈련사 '하영'과, 과거 살인죄로 수감되었던 동생 '소라' 사이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긴장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영의 통제된 일상은 소라의 등장과 함께 미묘하게 흔들리며, 자매 사이의 애정과 공포, 보호와 위협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얽히는 과정에서 인간 내면의 억눌린 욕망과 오래된 상처가 드러난다. 작품은 사건 중심의 서스펜스를 넘어서,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촘촘히 관찰한다.
서은선 감독의 연출은 카메라 시선과 공간 구성, 장면 전환, 편집 리듬까지 심리적 긴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카메라는 사건을 보여주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인물의 미세한 표정과 몸짓을 포착해 내적 갈등과 억눌린 욕망이 표면으로 드러나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증폭한다. 이러한 세밀한 연출은 관객이 등장인물의 심리적 상태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돕고, 영화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긴장감을 형성한다.
감독의 영화적 관심사는 단편 시절부터 일관되게 드러났다. '창밖의 영화'(2012)는 혼돈스러운 촬영 현장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의 엉뚱하고도 흥미로운 관계를 탐색하며, 일상의 균열 속에서 인간 심리의 복합적 층위를 조명했다. '열대야'(2015)는 고양이를 매개로 이웃 관계와 여성의 결핍, 욕망을 섬세하게 그려내, 파리한국영화제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수상하며 단편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이러한 작품 경험은 장편 '훈련사'에서 심리적 탐구와 장르적 장치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기반이 되었다.
'훈련사'에서 서은선 감독은 장르적 긴장과 심리적 탐구를 정교하게 통합한다. 완벽하게 조율된 하영의 일상이 소라의 등장과 함께 점차 붕괴되면서, 억눌린 욕망과 오래된 상처가 폭발하는 과정은 인간 내면의 취약성과 폭력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는 사건 중심의 스릴러적 긴장에 머무르지 않고, 관객이 인물 심리를 탐험하게 만드는 영화적 장치로 기능한다.
해외 영화제에서의 평가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제44회 밴쿠버국제영화제 'Spotlight on Korea' 오프닝 작품으로 선정되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뒤, 제49회 예테보리국제영화제 'Thrill' 부문, 제9회 마드리드국제여성영화제, 제4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을 받으며 “섬세하고 대담한 데뷔작”이라는 평을 획득했다. 특히 심리적 긴장과 장르적 쾌감을 동시에 구현한 연출력은 해외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작품의 심리적 긴장과 서사의 무게를 강화하는 핵심 요소다. 최승윤은 하영 역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완벽히 통제된 인물이 균열을 맞이하는 순간을 정교하게 표현한다. 김승화는 소라 역으로 출연해 억눌린 분노와 모순된 감정을 유려하게 드러내며, 관객이 두 자매 관계의 복합적 감정 구조를 체험하도록 만든다.
연극과 드라마, 영화 전반에서 활약해온 정환과 연기와 연출을 아우르는 주예린의 참여는 이야기의 긴장감과 서사적 밀도를 한층 강화한다. 각 배우가 구현하는 인물 간 미묘한 감정의 스펙트럼은 서스펜스의 핵심 장치로 기능하며, 사건 전개 속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충격을 실감나게 전달한다.
서은선 감독은 자매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이중성과 모순을 화면 속으로 정교하게 투영한다. 하영과 소라 사이에서 보호와 위협, 애정과 증오가 교차하며 점차 격화되는 과정은 관객이 심리적 긴장과 몰입을 동시에 경험하게 만드는 핵심 구조다. 감독은 인물 중심 서사를 통해 스릴러 장르의 특성과 인간 심리의 탐구를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영화 속 공간과 카메라 워크는 심리적 긴장을 강화하는 장치로 설계되었다. 조명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폐쇄적 공간, 카메라 시선의 이동과 클로즈업은 인물 심리를 시각화하고 사건 전개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이는 관객이 인물의 심리적 변화와 서사적 흐름을 동시에 체감하도록 돕는 장치로 기능한다.
서은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은 장르적 긴장과 인간 심리 탐구를 동시에 담아내며, 관객에게 기존 스릴러에서 경험하기 어려웠던 심리적 몰입을 제공한다. 통제된 일상의 붕괴, 억눌린 욕망의 폭발, 인간 내면의 심연을 탐구하는 영화적 시선은 다크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자매 관계 속 미묘한 감정 변화와 통제 불능 상황은 관객에게 심리적 거울을 제공한다. 보호와 위협, 애정과 증오가 교차하는 순간을 관객이 체감하면서, 사건의 전개를 따라가는 것 이상의 몰입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서은선 감독이 추구하는 ‘심리 중심 스릴러’ 장르적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연출 전반에 걸친 치밀한 설계는 카메라 시선, 장면 전환, 음향과 공간 활용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완성된다. 모든 요소는 인물 심리와 맞물리며, 영화 전체의 서스펜스를 강화한다. 이러한 연출적 선택은 장편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명확한 영화적 세계관과 미학적 감각을 증명한다.
결과적으로 '훈련사'는 서은선 감독의 영화적 관심사인 인간 내면과 관계의 복합성을 장르적 긴장과 결합한 웰메이드 심리 스릴러로 자리매김한다. 오는 5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게 될 작품은 차세대 장르 감독으로서 서은선의 역량과 치밀한 영화적 세계를 보여주는 데뷔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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