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7조 목표 내려놓은 넥슨, 최대 실적에도 판 다시 짜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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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7조 목표 내려놓은 넥슨, 최대 실적에도 판 다시 짜는 까닭은

게임와이 2026-04-08 16:06: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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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B2026_패트릭 쇠더룬 회장
CMB2026_패트릭 쇠더룬 회장

넥슨이 방향을 틀었다.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회사가 내놓은 메시지는 낙관보다 재정비에 가까웠다. 패트릭 쇠더룬드 회장 체제 출범 이후 넥슨은 2027년 매출 7500억엔 목표를 사실상 접고 포트폴리오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과 운영 완성도, 장기 프랜차이즈의 확장 가능성을 다시 보겠다는 판단이다. 이번 변화의 중심에는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가 있다. 넥슨은 두 IP를 다시 성장의 출발점으로 세우는 한편, AI와 글로벌 개발 협업, 라이브 운영 체계 개편까지 함께 꺼내 들었다.

 


최대 실적 뒤에 드러난 구조 문제

표면만 보면 넥슨은 여전히 국내 게임업계 최상위권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 4751억엔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그러나 회사 내부의 진단은 달랐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하락했고, 비용 구조는 더 무거워졌다. 인건비와 플랫폼 수수료, 클라우드 비용, 마케팅 비용이 동시에 커졌고, 일부 프로젝트는 기대만큼 성과를 장기화하지 못했다. 넥슨이 지난 자본시장브리핑(CMB)에서 가장 먼저 꺼낸 화두가 '새 성장 목표'가 아니라 '목표 재검토'였던 이유다.

특히 시장이 주목한 대목은 넥슨이 문제를 일시적인 실적 변동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하락은 콘텐츠 품질보다 설계의 문제로 진단됐다. 이용자의 플레이 동기를 유지하지 못하는 구조가 장기 잔존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메이플 키우기' 확률 오표기 사태 역시 단순 운영 사고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사례로 언급됐다. 실적 자체는 견조했지만, 운영과 개발, 투자 우선순위 전반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 셈이다.

 


쇠더룬드 체제...투자 대상 줄이고, 확신 높인다

CMB2026_QA
CMB2026_QA

이 지점에서 쇠더룬드 체제의 성격이 분명해진다. 넥슨이 새로 만든 회장직에 엠바크 스튜디오 창업자인 패트릭 쇠더룬드를 앉힌 것은 상징성이 크다. DICE와 EA 등 대형 개발 조직 운영 경험을 거친 그는 사업성이 낮은 프로젝트를 빠르게 정리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와 핵심 IP 투자에 주력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실제로 쇠더룬드 넥슨 일본법인 회장은 지난 31일 열린 CMB에서 "답이 없는 프로젝트는 과감히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넥슨이 그를 전면에 세운 것은 글로벌 인재 영입적 측면의 솔루션보다는 벌려 놓은 사업 구조를 다시 추리는 쪽으로 경영 기조를 옮기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실제로 넥슨은 이번 발표에서 '투자 대상을 줄이되 확신은 높인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익 하한선…포트폴리오 전면 재검토

핵심은 '이익 하한선'이다. 넥슨은 기존 라이브 게임과 신작 프로젝트를 모두 같은 기준에서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새로 설정한 수익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구조 개편, 투자 축소, 경우에 따라 중단 대상이 될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 '게임 살생부'라는 표현까지 나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넥슨이 강조한 것은 전면적 인력 감축보다 우선순위 재설정과 리소스 재배치에 가깝다. 실제 발표에서도 인위적 감원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고, 성과가 나는 프로젝트에 더 집중하는 방식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남기고 키우는 것

그렇다면 넥슨이 남기고 키우려는 것은 무엇인가. 답은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같은 장기 프랜차이즈다. 이번 발표에서 쇠더룬드와 이정헌 대표가 공통적으로 내세운 단어는 '커뮤니티'였다. 넥슨은 메이플과 던파를 단순히 오래 서비스한 게임으로 보지 않는다.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친구 관계, 길드 문화, 이용자 기억, 오프라인 접점까지 포함한 커뮤니티 자산이야말로 다른 회사가 쉽게 확보할 수 없는 경쟁력이라는 판단이다. 쇠더룬드 회장이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대목이다.

 

메이플 아일랜드 현장 / 게임와이 촬영
메이플 아일랜드 현장 / 게임와이 촬영

이 전략이 가장 먼저 입증된 사례로 제시된 것이 메이플스토리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를 단일 게임으로 운영하지 않았다. PC 원작은 코어 이용자를 붙잡는 핵심이고, '메이플스토리 월드'는 과거 이용자와 UGC 수요를 끌어안는 플랫폼, '메이플 키우기'는 방치형 RPG 문법을 활용해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확장 카드로 기능했다. 실제 발표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 프랜차이즈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43% 성장했고, 메이플스토리 월드는 누적 이용자 700만명을 돌파했다. 메이플스토리 월드 이용자의 91%가 과거 PC 메이플 IP 기반 콘텐츠 이용자였다는 수치도 제시됐다. 넥슨은 하나의 IP를 하나의 게임으로 소비시키는 대신, 이용자 세그먼트에 따라 다른 제품군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유효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던전앤파이터 아라드
던전앤파이터 아라드

이제 넥슨은 이 공식을 던전앤파이터에 이식하려 하고 있다. 이번 CMB에서 공개된 던파 관련 로드맵은 그 의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연내 출시 목표인 '던파 키우기'는 접근성이 낮은 본편 대신 캐주얼한 경험을 제공하는 확장작이다. 2027년 선보일 '던파 클래식'은 과거 던파의 황금기를 현대적으로 다시 구성해 휴면 이용자 복귀 수요를 겨냥한다. 여기에 '던파: 아라드', '프로젝트 오버킬'은 PC·콘솔 기반의 멀티플랫폼 확장 카드로 기능한다. 본편 라이브를 유지하면서 휴면 이용자, 신규 이용자, 글로벌 이용자를 각각 다른 상품으로 공략하는 구조다. 메이플이 먼저 그린 그림을 던파에서 다시 구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최우수상을 수상받는 네오플 윤명진 대표 / 넥슨 제공 
네오플 윤명진 대표 / 넥슨 제공 

던파 모바일 개편 역시 이런 흐름과 맞물린다. 넥슨은 최근 윤명진 네오플 대표를 모바일던파개발본부장에 겸임 발령했다. 윤 대표는 던파 IP 개발 경력이 긴 인물로, 넥슨은 그를 다시 개발 일선에 투입해 모바일 부문 방향을 재정비하려는 모습이다. 기존 옥성태 디렉터는 부본부장으로 역할이 조정돼 국내 서비스를 맡는다. 여기에 중국 서비스 운영은 퍼블리셔인 텐센트로 이관하는 구조가 병행된다. 넥슨은 이를 비용 절감보다는 현지화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개발과 운영 역할을 다시 나누고 중국 핵심 시장 대응 속도를 높이려는 재편으로도 볼 수 있다.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 / 넥슨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 / 넥슨

메이플 쪽도 예외는 아니다. '메이플 키우기' 확률 오표기 사태 이후 넥슨은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를 메이플본부장에 선임했다. 강 대표 역시 메이플스토리 디렉터 출신이다. 결국 넥슨은 메이플과 던파 두 핵심 프랜차이즈에서 모두 '개발자 출신 대표의 현장 복귀'라는 카드를 꺼냈다. 이는 책임경영의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넥슨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숫자보다 개발 방향성과 운영 정합성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핵심 IP의 문제를 단순 조직 보고선이 아니라, 해당 IP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 직접 챙기는 체제로 돌리기 시작한 셈이다.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 / 넥슨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 / 넥슨

물론 이번 재편이 메이플과 던파에만 매달리는 보수적 회귀로 읽히는 것은 넥슨 입장에서 부담일 수 있다. 그래서 함께 제시된 것이 '낙원: LAST PARADISE'와 글로벌 개발 협업 사례다. 넥슨은 '낙원'의 글로벌 알파 테스트가 별도 마케팅 없이 최대 동시접속자 3만7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좀비 서바이벌 게임인 '낙원'은 2027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엠바크 스튜디오와의 협업도 병행하고 있다. 넥슨이 메이플·던파 같은 검증된 프랜차이즈에 집중하되, 신규 IP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신규 프로젝트 역시 과거처럼 다수 병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글로벌 가능성이 확인된 일부 타이틀 위주로 압축해 간다는 점에서 이전과 결이 다르다.

 

(좌측부터) 넥슨 강대현 대표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조해나 패리스 사장
(좌측부터) 넥슨 강대현 대표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조해나 패리스 사장

오버워치 한국 퍼블리싱 계약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블리자드가 PC '오버워치'의 한국 퍼블리싱을 넥슨에 맡기기로 한 것은, 넥슨의 한국 시장 라이브 운영 역량과 PC방 생태계 대응 능력이 여전히 업계 최상위 수준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넥슨 입장에서도 이는 단순 퍼블리싱 계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자사 IP 외에도 외부 대형 IP의 국내 서비스 운영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사업 역량이 검증됐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구조 개편과 별개로, 넥슨이 여전히 라이브 서비스 기업으로서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는 보조 근거로 읽힌다.

 


모노레이크…넥슨이 바꾸려는 개발 방식

CMB2026_이정헌 대표
CMB2026_이정헌 대표

이번 발표에서 또 하나 눈에 띈 점은 AI였다. 넥슨은 '모노레이크'라는 이름 아래 30년간 축적한 유저 행동 데이터와 라이브 운영 경험을 개발과 서비스 전반에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정헌 대표는 AI를 업무 보조 도구보다는 개발자와 운영팀이 넥슨 내부의 '맥락'에 접근하게 해 주는 체계로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맥락은 단순한 숫자 데이터가 아니다. 이용자가 왜 특정 콘텐츠에 머무는지, 어떤 보상 구조에서 이탈하는지, 어떤 디자인이 장기 서비스에 적합했는지 같은 운영 경험의 총합에 가깝다. 넥슨은 이 자산을 AI와 결합해 더 빠르고 정교한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넥슨이 AI를 인력 대체 논리보다 생산성 구조 재편의 언어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픽셀 아트 분야를 예시로 들며 반복 작업 시간을 줄였고, 이를 통해 디자이너가 더 많은 콘텐츠와 높은 완성도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쇠더룬드 역시 "AI는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올바른 맥락 위에서 사용해야 할 도구"라고 말했다. 이 메시지는 결국 이번 넥슨 재편의 다른 축과도 연결된다. 프로젝트 수를 줄이고, 핵심 프랜차이즈에 집중하며, 동시에 개발 방식 자체를 더 가볍고 빠르게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엠바크의 린 개발 방식과 모노레이크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가 한 문맥 안에서 언급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CMB2026
CMB2026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넥슨의 과제는 더 분명하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소각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시장은 아직 넥슨의 체질 개선 가능성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결국 이번 재편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던파 모바일은 구조 개편 효과를 보여줘야 하고, '던파 키우기'와 '던파 클래식'은 메이플에서 통했던 확장 전략이 던파에서도 유효한지 입증해야 한다. '낙원'은 신규 IP로서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며, 모노레이크 역시 실제 개발 효율과 라이브 운영 품질 향상으로 연결돼야 한다. 넥슨이 재편하고자 하는 것은 사업 방향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이기 때문이다.

 


결국 넥슨의 이번 선택은 '축소'보다 '재배치'에 가깝다. 모든 프로젝트를 키우는 시대는 끝났고, 오래 버틸 수 있는 프랜차이즈와 검증 가능한 신작,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운영 체계에 자원을 다시 모으겠다는 판단이다.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회사가 성장 목표를 접고 내부 구조부터 다시 보겠다고 나선 것은 그만큼 현재의 방식으로는 다음 단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넥슨이 이번에 꺼낸 키워드는 많아 보이지만, 방향은 하나다. 잘 아는 것을 더 깊게 다루고, 불확실한 것은 더 냉정하게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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