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짓다, 조선'·'천사들의 문법'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 교양으로서의 패션 = 히라요시 히로코 지음. 이현욱 옮김.
일본에서 패션 연구를 인문학의 영역으로 정착시켜 온 히라요시 히로코 고베대학교 대학원 인간발달환경학연구과 교수가 2023년 도쿄대학교에서 한 '패션론' 강의를 엮은 책이다.
패션을 유행이나 산업의 관점으로 한정해서 보지 않고 역사, 미술, 사회학, 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다.
'사람은 왜 옷을 입을까', '패션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고, 서양 복식의 변천사와 여기에 맞물려 이뤄졌던 사회상과 가치관의 변화를 두루 다룬다.
예컨대 16, 17세기 유럽에서 패션은 변화하는 '유행'이라기 보다는 상류층이 몸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예의범절'을 익혔다는 것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18세기 유럽 귀족사회에서 패션은 계급의 지표 역할을 했다. 권력을 시각화하며, 겉모습으로 사회적 신분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 등 사회구조 변화가 어떻게 패션의 구조를 바꿨는지, 각 시대의 이념이 옷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도 이야기한다.
서해문집. 320쪽.
▲ 시로 짓다, 조선 1·2 = 박해진 지음.
훈민정음 연구가인 저자가 훈민정음 창제 이후 시문학과 불교 경전, 국가 정책이 어떻게 연결돼 조선 문명을 형성했는지 분석한 연구서다.
저자는 3천여개의 주석과 원문 대조를 바탕으로 한글이 어떻게 사상이 되고, 시가 어떻게 문명이 되었는지를 밝힌다.
책은 훈민정음을 단순한 문자 발명이 아닌 국가 운영의 방향을 결정한 문명 설계 언어로 재해석한다.
조선을 유교 국가로만 설명해 온 기존 서술을 넘어 문자·시문학·불교가 결합된 하나의 국가적 기획으로 보고 조선 전기 문화의 구조를 다시 정리했다.
책은 세종 시대를 중심으로 한글과 시문학, 불교 언해 사업, 출판과 인쇄 정책이 하나의 체계로 작동한 과정을 추적한다. 조선은 문장을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니라 국가 질서를 세우는 기준으로 삼았다.
천봉 만우와 일암 학전 등 조선 전기 불교 지식인들의 역할도 살펴본다. 이들은 억불정책 속에서 주변으로 밀려난 존재가 아니라 집현전 학사들과 교류하며 문장 질서 형성과 언해 사업에 참여한 인물들이었다.
나녹. 1권 928쪽, 2권 968쪽.
▲ 천사들의 문법 = 에드워드 윌슨-리 지음. 김수진 옮김.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철학자 조반니 피코 델라 미란돌라의 생애를 통해 그가 탐구했던 언어의 신비로운 힘을 살펴본 책이다.
피코는 스물네살에 종교, 철학 등에 관한 900개의 논제를 제시하며 토론을 제안한 인물로, 특정 종교나 사상에 얽매이는 대신 세상의 여러 지식을 망라하고,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보편 진리를 추구했다.
그의 사상에서 관건은 과연 인간이 존재를 넘어선 그 이상의 무엇이 될 수 있는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지였다.
히브리어, 라틴어, 고대 셈어 등 다양한 언어를 공부한 피코는 사람의 넋을 홀리고 의지를 조종할 수 있는 언어의 형태가 있다고 봤다.
아기를 잠재우는 자장가나 청중을 사로잡는 연설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운율과 언어의 신비로운 힘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인간이 지금의 존재 이상이 돼 천사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시드니 서섹스 칼리지에서 중세와 르네상스 문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피코의 지적 여정을 따라가며 당시 시대상을 그려낸다.
까치. 336쪽.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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