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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와 해양수산부 등 정부 당국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발 묶인 국내 선박 26척의 통항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2주 동안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중단한다”고 밝혔는데, 아직 통항에 대한 세부 조건 등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이란이 통행료 부과하겠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어 정부와 선사들은 통항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국내 선박은 총 26척으로, 이중 7척은 국내 정유사 관련 유조선으로 파악됐다. 이 유조선들이 싣고 있는 원유는 1400만배럴로, 우리나라가 약 일주일간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유조선이 국내 들어오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 업계에는 가뭄의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리나라까지 약 20일 안팎의 시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나프타 수급난이 해소되면 석화 업체들의 단기적인 실적 타격 가능성도 떠오른다. 최근 공급 부족으로 나프타 가격이 2배 가까이 올랐는데, 이 가격이 떨어지면 비싼값에 나프타를 구매한 석화 기업들의 재고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석유화학 업체들은 중동 전쟁 발발 후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최저로 줄이는 등 사실상 좀비 모드로 공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나프타 수입의 약 7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데,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린 탓이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혼합물로, NCC 업체들은 이 나프타를 분해해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한다. 에틸렌 공급이 중단되면 자동차, 조선, 섬유, 건설 등 산업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7일 원유와 나프타 확보를 위해 중동길에 오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휴전 합의로 단기적인 공급 불안은 완화되더라도 공급망 정상화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합의가 2주라는 제한적 기간에 그치고, 이후 종전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운업계에서는 해협이 열리더라도 선박 재배치와 보험 문제 등이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이 통행료를 요구할 경우 이 돈은 누가 낼지, 달러로 결제하는 것을 미국이 용인할지, 이후 미국이 이걸 두고 꼬투리는 잡지 않을지 등 아직 명확하게 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 많다”며 “미국과 이란의 종전 타결이 있기 까지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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