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위협에 긴장 최고조로 시작된 하루…이란도 간접협상 중단해 우려↑
국제사회·금융시장도 초긴장…트럼프 오후 내내 집무실서 휴전안 검토
중재 노력 빛났다…"이란, 파키스탄 필사적 외교와 중국 개입에 휴전 수용"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협상 데드라인이었던 7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긴장은 약 10시간의 롤러코스터 끝에 극적인 휴전 합의로 귀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문명 파괴' 위협으로 군사 충돌이 더욱 고조될 것이란 우려가 정점을 찍었지만, 파키스탄과 중국 등의 막판 중재와 물밑 외교 접촉이 이어진 덕분에 결국 '2주 휴전'에 전격 합의할 수 있었다.
긴박했던 하루의 문을 연 것은 열쇠를 쥔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메시지였다. 미 동부시간 오전 8시6분께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늘 밤 한 문명(civilization) 전체가 사라져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며 대이란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란과의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이날 오후 8시까지 합의가 불발될 경우 예고한 대로 이란의 발전소 인프라와 교량을 모두 파괴하겠다는 으름장이었다. 국제법 위반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민간 시설 타격은 물론 문명을 소멸시키겠다는 으름장까지 내놓으면서 협상판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비슷한 시각 미군은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 군사시설을 맹폭했다. 협상 시한을 앞두고 실제 공격과 '말폭탄'이 어우러지면서 위기감은 급격히 높아졌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중동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SNS 직후 이란이 중재국을 통한 미국과의 간접 협상에서도 이탈했다고 전했다. 협상 시한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외교 채널이 사실상 멈추면서 전면 충돌 우려가 확실시되는 듯했다.
이란 내부에서는 추가 공습 가능성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교량과 발전소 주변에 시민들이 모여 인간 띠를 형성하는 모습까지 포착되며 긴장감이 증폭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메시지는 각국 외교 채널과 금융시장, 기업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확산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공개 비판도 나왔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TV인터뷰에서 "문명을 지워버릴 수는 없다"고 했고,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이란의 민간인들은 지도자들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를 수 없으며 치러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미국 집권여당인 공화당에서 민간 시설 공격은 "중대한 실수"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고,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탄핵'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교황 레오 14세도 문명파괴를 위협한 것을 두고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월가에서도 금융시장 충격 가능성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협상용 압박 전술로 해석했지만, 실제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됐다.
이 같은 일촉즉발 상황에서 출구를 제시한 것은 중재국인 파키스탄이었다.
공개·비공개 채널을 총동원해 외교전을 주도한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협상 시한을 약 5시간 앞두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 기간을 2주 연장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샤리프 총리는 이란을 향해서도 같은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양측이 휴전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물밑 외교도 긴박하게 전개됐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이날 중동 주요국인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외무장관과 잇따라 통화하며 중재 노력을 이어갔고, 그 직후 현지 소식통은 외신에 "오늘 밤 합의가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다시 기대감을 부풀렸다.
파키스탄의 공개 휴전 제안에 미국과 이스라엘도 반응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샤리프 총리의 제안을 인지하고 있다며 곧 답변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고, 이란 고위 당국자도 2주 휴전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내내 주요 참모들과 함께 백악관 집무실에서 휴전안 관련 찬반 의견을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정적 전환은 시한을 불과 1시간 30분 남겨두고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6시32분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고 안전한 개방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나는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의 제안을 수용한 조치였다.
이란도 곧바로 호응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이 파키스탄의 휴전 제안에 동의했으며, 미국의 공격이 중단될 경우 "방어 작전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당국자는 휴전 발표 직후 대이란 군사 공격이 중단됐다고 전했고, 백악관은 이스라엘도 휴전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극심한 혼란 속에 전격 타결된 이번 합의로 양측은 장기적 종전 협상을 모색할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합의에는 중국의 막판 개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당국자들은 뉴욕타임스(NYT)에 파키스탄의 긴박한 외교 노력과 함께 중국의 설득이 더해지면서 휴전안 수용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란에 유연한 대응과 긴장 완화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물밑에서 관련국과 막판까지 대화를 주고받으며 최종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주 휴전 합의 발표 직전인 오후 5시 이후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국방군 총사령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2통의 전화를 했다고 복수의 미 정부 관리가 전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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