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살아난 전기차…보급 가로막는 지자체 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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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살아난 전기차…보급 가로막는 지자체 보조금

프라임경제 2026-04-08 11:17: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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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기차 시장이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판매 증가율만 놓고 보면 캐즘(Chasm) 논쟁이 무색하다. 하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다른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늘어난 수요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재정이 새로운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가 '전기차 보급목표 달성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한 제45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전기차 보급 목표를 설정하는 단계보다 실제 보급을 실행하는 지역 정책이 시장 확산 속도를 좌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정책의 작동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유는 분명하다. 중앙정부가 정책 방향과 목표를 정하지만 실제 구매가 이뤄지는 단계에서는 지자체 보조금과 행정 대응 속도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전기차 확산 속도가 정책 설계가 아니라 정책 실행 단계에서 결정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성장 둔화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글로벌 판매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시장 확산 속도에 대한 회의론도 등장했다. 국내 시장 역시 같은 흐름을 겪었지만 최근 판매 흐름은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국내 전기차 보급은 2025년 22만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50.1%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졌다. 2026년 1분기 판매량은 8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0.9% 증가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 및 국가 전기차 보급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 연합뉴스

수요 회복 흐름은 보조금 신청에서도 확인된다. 4월 초 기준 전기승용차 보조금 접수율은 공고 물량의 71.3%(6만5327대), 전기화물차는 85.6%(1만5199대)까지 올라왔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반기 초반부터 보조금이 모두 소진되는 상황도 나타났다.

전국 160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전기승용차 보조금이 이미 소진된 지역은 45곳(28.1%), 전기화물차는 54곳(33.8%)으로 집계됐다. 보조금 사용률이 90%를 넘어선 지자체까지 포함하면 승용차 60곳(37.5%), 화물차 67곳(41.9%)이 사실상 예산 한계선에 가까운 상태다. 전기차 구매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보조금 재원 확보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기차 보급 정책은 국비와 지방비가 결합된 구조로 운영된다. 중앙정부가 기본 보조금 틀을 마련하고 지자체가 추가 재원을 확보해 최종 지원금 규모가 결정된다.

시장 규모가 작았던 초기에는 이 구조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전기차 구매 수요 자체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정책 구조의 특징이 시장에서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보조금 규모와 물량이 달라지고 전기차 구매 환경 역시 지역마다 차이를 보인다. 같은 시기에 차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라도 거주 지역에 따라 보조금 지원 여부가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포럼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 지자체에서 보조금이 조기에 소진되면서 전기차 구매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가 필요한 시점에서 정책 구조 자체가 시장 확산 속도를 제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 연합뉴스

지자체의 역할은 보조금 지급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기차 산업은 생산 중심 산업에서 △연구개발 △실증 △서비스 △인프라 구축 등으로 가치사슬이 확장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미래차 산업 생태계 역시 지역 기반 산업 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산업연구원 김경유 선임연구원은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지자체가 지역 산업 구조 변화를 이끄는 핵심 주체가 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충전인프라 구축과 실증 환경 조성, 보급 정책 운영 등 전기차 산업 확산 과정의 상당 부분이 지역 정책 영역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전기차 산업이 성장할수록 정책 실행의 무게 중심은 중앙정부에서 지역 정책 현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인다. 여기에 국제 에너지 시장 변수까지 더해지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으로 유가 상승 가능성이 커질 경우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자체 보조금 구조는 전기차 시장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생산성본부 분석에 따르면 지역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수입차 비중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수입 전기차 점유율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지방비 보조금 규모였다. 보조금 수준이 낮은 지역일수록 수입 전기차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최근 수입 전기차 가격이 국산차와 유사한 수준까지 낮아진 시장 환경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준다. 전기차 보급 정책이 친환경 정책에 머물지 않고 시장 경쟁 구조와 산업 정책에도 연결되는 이유다.

전기차 수요 확대가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는 전기차 수요 정책과 함께 생산 기반 강화 정책이 병행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기차 전환 속도 '지역 실행력'에서 결정

전기차 시장은 정책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다. 보조금 정책과 충전인프라 정책이 시장 성장 속도를 좌우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중앙정부 정책이 시장 방향을 결정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정책 작동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 전기차 시장에서 중요한 변수는 정책 방향보다 정책 실행 구조다. 보조금 예산 확보 속도, 충전인프라 구축, 행정 대응 등 대부분의 변수는 지역 정책 영역에서 결정된다. 전기차 보급 속도가 이제 지자체 재정과 정책 실행력에 좌우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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