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촌엔 '사랑방'·대학가엔 '화장대'…시장 포화에 '로컬화' 가속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기자 = 일본의 대형 편의점들이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던 '전국 균일' 전략에서 벗어나 지역 특색을 살린 '지역 밀착'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일본에 편의점이 상륙한 지 반세기가 지나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매장 구성 자체를 지역 맞춤형으로 바꿔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겠다는 취지다.
8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로손'은 최근 와카야마현의 한 산간 마을에 주민들이 앉아서 음료를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쉼터를 갖춘 매장을 선보였다.
홀로 사는 노인들이 모여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매장을 이용하는 69세 여성은 "친구와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곳"이라 했고, 해당 점주는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 일반적인 편의점은 재미가 없다. 손님들에게 설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매장은 생필품 묶음 구매가 많아 객단가가 전국 평균보다 2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손은 이런 모델을 고령화가 진행된 대도시 인근 신도시 지역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교토와 도쿄 지요다구 등 대학가에 있는 매장에 '파우더 스페이스'를 도입했다.
조명 거울과 헤어 기기 등을 갖춘 이 공간은 학생들이 방과 후 데이트나 팬 활동을 가기 전 매장에 들러 매무새를 단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젊은 층의 화장품이나 간식 구매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세븐일레븐은 대학가 매장에서 성과가 나타나면 이를 번화가 점포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패밀리마트는 지역 연고 애니메이션과 협업해 매장을 이른바 '성지'로 만드는 '애니메이션 투어리즘'에 집중하고 있다.
도쿄 이케부쿠로 매장을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꾸미고 한정판 상품을 판매해 국내외 팬들을 불러 모으는 식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일본 편의점 이용객 수가 전년 대비 0.2% 감소한 데 따른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용객 수 감소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받았던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아사히신문은 물가 상승과 시장 포화라는 이중고 속에서 지역 사회의 깊숙한 니즈(요구)를 파고드는 '지역 밀착형' 변신이 일본 편의점 업계의 새로운 생존 공식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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