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문명 소멸' 위협에…미군 수뇌부 '전쟁범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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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문명 소멸' 위협에…미군 수뇌부 '전쟁범죄 딜레마'

이데일리 2026-04-08 09:22: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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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민간 인프라를 무차별 폭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미군 지휘관들이 국제법 위반과 대통령 명령 이행 사이에서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란을 겨냥해 “오늘 밤 한 문명 전체가 사라질 것이며,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앞서 그가 이란 측에 협상 마감시한으로 제시한 7일 밤 오후 8시를 몇 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이란의 모든 교량과 발전소를 폭격할 것’이라는 발언이 전쟁범죄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 “이란 지도부는 시위대를 학살한 짐승들”이라며 “이란 국민들은 자유를 위해 오히려 폭격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발언은 국제인도법(무력충돌법) 위반 논란과 더불어 미군 내부에서도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란 국민들을 위한다며 그들의 ‘숨통’이나 다름없는 기반시설을 공격한다는 주장이 모순이기 때문이다.

2004~2005년 이라크에서 미 육군 전쟁법 수석 자문을 지낸 제프리 콘은 “대통령의 과격한 발언이 일선 지휘관들을 매우 어려운 입장에 놓고 있다”며 “한 나라 전체에 원을 그려놓고 모든 전력망이 합법적 표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군 지휘 체계의 절차적 문제도 제기됐다. 미군에서는 전통적으로 공격 표적 선정이 전투사령부(이란전쟁의 경우 중부사령부) 차원에서 법률자문관의 검토를 거쳐 이뤄진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군 최고법무관(Judge Advocates General)을 해임하고, 군사 법률 자문의 전통적 경로를 반복적으로 우회해왔다.

전직 육군 전쟁법 자문관 마이클 마이어는 “정상적인 행정부에서는 이런 결정이 대통령이 아닌 해당 사령부 수준에서 내려진다”고 지적했다. 군 내부 법적 안전장치가 약화했다는 것이다.

조지타운대 국가안보법 프로그램 책임자 토드 헌틀리도 “발전소와 교량이 군사적 목적에 사용될 경우 합법적 표적이 될 수 있지만, 민간인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며 “적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교량을 폭파하는 것은 군사적 이점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국제법 전문가들 역시 잇따라 우려를 표명했다. 100명 이상의 법률 전문가들은 지난주 공개서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전쟁 개시가 “유엔 헌장의 명백한 위반”이며 “잠재적 전쟁범죄가 이미 저질러졌다”고 입을 모았다.

컬럼비아대학의 인권 전문 변호사 자밀 재퍼는 “트럼프 대통령의 ‘문명 전체를 소멸시키겠다’는 위협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나 폭력 위협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테러리즘의 정의 그 자체에 부합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 국방부 자체 전쟁법 매뉴얼이 민간인에게 공포를 퍼뜨리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폭력 위협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일대 국제법 석좌교수이자 오바마 행정부 국무부 법률자문관 출신인 해럴드 고도 “국제인도법은 민간인 생존에 불가결한 대상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하는 공격이 ‘실행’된다면 전쟁범죄가 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인권단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겨냥한 미국·이스라엘 합동 군사작전 개시 이후 학교·병원 등 비(非)군사 기반시설 공습으로 최소 1400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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