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이 문장 하나가 미국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민주당 의원 수십 명과 일부 우파 인사들까지 수정 헌법 제25조 발동을 외쳤다. 트럼프는 이란에 제시한 협상 시한(미 동부시간 오후 8시) 약 1시간 20여분 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조건으로 한 2주간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앞선 발언이 촉발한 파면 논쟁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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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학살 위협”…민주당 수십 명 탄핵·25조 발동 동시 요구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뉴욕)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것은 집단학살 위협이며 파면 사유가 된다. 대통령의 정신적 능력이 무너지고 있으며 신뢰할 수 없다”고 적었다. 로 카나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의회에 생명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모든 의원이 수정 헌법 25조에 근거한 트럼프 파면을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한 오마르 의원(미네소타)은 “공화당 동료들은 언제쯤 배짱을 갖고 그를 탄핵하겠느냐”며 촉구했다. 멜라니 스탠스버리 의원은 “공화당 동료들이 옳은 일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성명을 내고 “내각이 수정 25조를 발동해 제정신을 회복시키려 하지 않는다면, 공화당은 의회를 소집해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존 라슨 하원의원(코네티컷)은 전날인 6일 “의회 전쟁권한의 연속적 찬탈과 살인·전쟁범죄·해적행위”를 이유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CNN은 파면을 촉구한 민주당 인사가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를 포함해 20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즉각 반격했다. 대변인 데이비스 잉글은 이메일 성명에서 “민주당은 트럼프가 취임 선서를 하기도 전부터 탄핵 이야기를 해왔다. 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정신이 나갔고 약하며 무능하다”고 일축했다.
◇우파서도 25조 목소리…“핵 공격 요구” 주장까지
이번 수정 헌법 25조 논란이 이전과 다른 점은 우파 내부에서도 동조 목소리가 나왔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백악관 공보국장을 지낸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핵 공격을 요구하고 있다. 즉각 파면을 요구하라”고 했다. 백악관은 핵 사용 검토 사실을 부인했다. 음모론자 알렉스 존스와 보수 논객 캔디스 오언스도 25조 발동을 촉구했다.
한때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였다가 결별한 마조리 테일러 그린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의 게시물 직후 “수정 헌법 제25조!!!”를 외치며 “악이자 광기”라고 불렀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그린의 글을 공유했다. 보수 논객 터커 칼슨도 전날 방송에서 트럼프가 민간 기반시설 공격을 통해 대량 살상을 초래하려 한다며 “전쟁범죄이자 도덕적 범죄”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현역 의원들도 균열…“우리 가치 아냐”
현역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균열이 감지됐다. 온건파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알래스카)은 “‘오늘 밤 문명 전체가 사라진다’는 위협은 협상 레버리지를 얻으려는 시도라며 합리화할 수 없다”며 “미국이 250년에 걸쳐 지켜온 이상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트럼프의 현직 우군인 론 존슨 상원의원(위스콘신)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민간 목표물을 공격한다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불법으로 본다는 뜻을 내비쳤다. 나다니엘 모런 하원의원(텍사스)도 “‘문명 전체의 파괴’는 미국이 추구해온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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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5조란…역사상 대통령 파면엔 한 번도 안 쓰여
수정 헌법 제25조 제4항은 부통령과 내각 과반수가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할 경우 파면 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대통령이 이에 불복하면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파면이 확정된다. 역사상 이 조항으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이번에 발동될 가능성 역시 극히 낮다. 현재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 내 공개적 반란도 없다. 트럼프는 2기 내각을 강한 개인적 충성심을 보여온 인사들로 구성했다. 발동의 첫 관문인 내각 과반 동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당일 JD 밴스 부통령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빅토르 오르반 총리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며 트럼프를 공개 치켜세웠다.
탄핵 카드도 현실적으로는 막혀 있다. 지난해 12월 앨 그린 하원의원(텍사스)의 탄핵안 보류 표결에서 이에 반대한 민주당 의원은 140명에 불과했다.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지난달 CNBC에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할 때까지 탄핵은 논외”라고 선을 그었다.
CNN은 1기 트럼프 시절 수정 헌법 25조 논의가 사실상 민주당만의 전유물이었다면, 이번엔 우파 일각까지 동참했다는 점 자체가 의미 있는 견제구라고 분석했다. 이것이 트럼프의 실제 행동반경을 제약할지는 휴전 이후 2주가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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