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시즌은 메르세데스 F1 팀이 다시 한번 그리드의 중심에 섰다.
개막 이후 3전 전승. 조지 러셀과 안드레아 키미 안토넬리 듀오는 아직 뚜렷한 도전자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최소한 현재 시점에서 시즌 전체를 위협할 경쟁 구도가 형성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성적만 놓고 보면 메르세데스의 지배 체제가 다시 시작됐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올 시즌 F1의 진짜 변화는 랩타임이 아니라 패독의 공기에서 읽힌다. 규정 변화의 첫해임에도 예년과 달리 팀 간 긴장과 갈등이 좀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규정 해석부터 정치적 발언까지 모든 영역에서 충돌을 반복하던 팀 수뇌부 간의 힘겨루기는 자취를 감춘 것처럼 보인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크리스티안 호너(전 레드불 레이싱 대표)의 부재가 있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동안 F1 패독은 토토 볼프(메르세데스 F1 대표)와 호너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단순한 라이벌을 넘어 규정과 기술, 그리고 정치적 해석까지 모든 영역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F1의 또 다른 경쟁 구도를 만들어왔다.
그 충돌은 때로는 갈등으로, 때로는 흥행 요소로 작용하며 F1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호너가 지난해 중반 레드불을 떠난 이후 그 축은 완전히 사라졌고 2026년의 F1은 이례적일 정도로 조용한 흐름 속에 놓이게 됐다.
이런 상황은 현재 메르세데스를 이끄는 볼프에게는 더없이 이상적인 환경이다. 성능에서는 경쟁자를 압도하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불필요한 충돌 없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처럼 완벽한 조건 속에서 F1이 지니던 또 다른 매력, 즉 갈등에서 비롯되는 긴장감은 희미해지고 있다.
볼프가 “이 스포츠에는 선한 자와 악한 자, 그리고 추한 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지금은 ‘악역이 사라졌다’고 표현한 배경에는 이러한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영화 ‘석양의 무법자’를 인용한 그의 발언은 결국 F1이 단순한 경기 이상의 구조, 즉 인물과 관계가 만들어내는 서사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 조용한 균형을 흔들 수 있는 변수는 이미 예정돼 있다. 호너는 지난해 레드불과의 계약 종료 이후 일정 기간 F1 활동이 제한됐지만 그 조건이 해제되는 2026년 6월 이후에는 복귀가 가능하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알핀 F1 팀을 통한 복귀다. 미국 투자자들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알핀 지분 약 24%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 거래가 성사될 경우 호너는 CEO 형태로 팀 운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과거 팀 대표로서의 역할과는 다른 형태지만 지분을 기반으로 한 구조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안정적인 권력 확보 방식이 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지분을 두고 메르세데스 F1 팀 역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메르세데스는 알핀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어 지분 확보는 고객팀과의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주니어 팀 구조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표면적으로는 충분히 합리적인 투자지만 F1의 맥락에서 이 움직임은 단순한 비즈니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결과적으로 이는 호너의 복귀 경로와 직접적으로 맞물리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볼프는 두 사안이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투자와 정치가 분리되기 어려운 F1의 구조를 고려하면 두 흐름이 교차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 모든 흐름을 종합하면 2026년 F1은 단순히 성능 경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메르세데스의 지배와 패독의 정적, 그리고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호너 변수까지, 현재의 질서는 안정과 불확실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여서다.
이 때문에 시즌 초반의 조용한 흐름은 오히려 '폭풍 전야'로 6월 이후 상황에 따라 패독의 권력 구도는 다시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만약 호너가 새로운 형태로 F1에 복귀하게 된다면 지금은 사라진 듯 보이는 긴장과 갈등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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