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가고 알약 왔다···비만약 ‘2R’, 효능 전쟁 넘어 편의성 ‘영토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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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가고 알약 왔다···비만약 ‘2R’, 효능 전쟁 넘어 편의성 ‘영토 확장’

이뉴스투데이 2026-04-08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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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들이 경구용(먹는) 비만약을 잇달아 출시한 가운데 주사제 중심 구조에서 경구제로의 무게 이동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사진=디파짓포토스]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구용(먹는) 비만약을 잇달아 출시한 가운데 주사제 중심 구조에서 경구제로의 무게 이동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사진=디파짓포토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 기준이 재편되고 있다. 체중 감량률을 앞세운 ‘효능 중심’ 구도에서 복용 편의성과 가격, 접근성을 동시에 따지는 복합 경쟁으로 축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구용(먹는) 비만약을 잇달아 출시하며  주사제 중심 구조에서 경구제로 무게 이동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비만 인구 증가 속도는 시장 확대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8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명을 넘어섰다. 특히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성인의 절반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분류될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다. 국내 역시 성인 비만율이 꾸준히 상승하며 30% 후반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인구 증가와 치료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 역시 수십조원 규모로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비만이 당뇨·심혈관 질환과 연결된 만성질환으로 재정의되면서 치료 대상이 넓어진 영향이다. WHO가 GLP-1 계열 치료제를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 같은 성장 흐름 속에 기업 경쟁 구도는 ‘2라운드’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기존 주사제 시장을 주도해 온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경구제까지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범위도 넓히고 있다. 릴리의 경구용 ‘파운데요(오르포글리프론)’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며 시장에 진입했고, 노보는 ‘먹는 위고비’를 앞세워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경구제 중심으로 시장 축이 이동하고 있지만, 치료제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나온다. 시장 확장 동력은 복용 편의성과 접근성에서 나오고 있지만, 실제 치료 효과를 가르는 핵심 지표는 여전히 체중 감량률에 집중돼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효능이 치료제 선택의 기준이라면, 시장을 키우는 변수는 편의성과 접근성”이라며 “경구제가 신규 환자 유입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효능 기준만 놓고 보면 여전히 주사제가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릴리의 주사제 ‘젭바운드’는 72주 기준 평균 15~21kg 감량 효과를 기록했고, 일부 환자는 26kg 이상 체중 감소가 나타났다. 반면 경구제인 파운데요는 같은 기간 평균 약 12kg 감량 수준으로, 복용 편의성의 대가로 일정 수준의 효과 차이가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경구제 경쟁 내부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드러난다. 노보가 공개한 간접 비교 데이터에 따르면 동일 조건(먹는 위고비 25㎎, 파운데요 36㎎)에서 먹는 위고비는 파운데요 대비 평균 3.2% 높은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위장관 부작용 발생률은 파운데요가 더 높았고, 치료 중단율 역시 약 4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실제 환자 선택 기준은 복용 방식에서 갈리는 모습이다. 먹는 위고비는 공복 복용과 일정 시간 금식이 요구되는 반면, 파운데요는 음식 섭취와 관계없이 복용이 가능하다. 효능과 안전성 측면에서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복용 편의성과 접근성이 환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경구제가 시장 확대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는 흐름이다.

가격은 시장 판도를 흔드는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한다. 미국 기준 주사제인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월 약 299달러(약 45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반면 경구제는 보험 적용 시 월 25달러(약 3만7000원), 비보험 기준 149달러(약 20만~22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단순 비교 시 절반 이하 가격으로 접근성이 크게 낮아진 셈이다.

더 큰 변수는 특허 만료 이후 나타난 ‘초저가 구간’이다. 인도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 특허 만료를 계기로 월 1290루피(약 2만원) 수준의 복제약이 출시됐다. 기존 위고비 가격의 약 12% 수준이다. 현지에서는 올해에만 40여개 제약사가 50개 이상의 복제약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며, 추가적인 가격 하락 가능성도 거론된다.

가격·효능·편의성이 교차하는 구조 속에서 시장 선택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초기 치료 단계에서는 복용이 간편한 경구제를,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경우에는 주사제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용도 분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경구제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치료제’, 주사제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치료제’로 역할이 나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 방식 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릴리는 자체 플랫폼을 통한 직접 배송과 원격의료 연계를 통해 초기 시장 선점에 나섰다. 병원 처방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비만 치료제가 특정 환자군 치료를 넘어 ‘일상적 건강관리 수단’으로 이동하는 전환 신호로 읽힌다.

국내 시장 역시 변화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을 주요 출시 국가로 검토하면서 경구제 도입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언급된다. 동시에 한미약품, HK이노엔, 셀트리온, 종근당, 일동제약 등 국내 기업들도 주사제와 경구제를 개발하며 대응에 나선 상태다. 글로벌 빅파마 중심이던 시장이 다층 경쟁 구조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다만 경구제가 주사제를 대체할지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효과 격차와 부작용, 복약 순응도, 보험 적용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단일 승자 구조로 재편되기보다는, 환자 특성과 생활 방식에 따라 선택이 갈리는 ‘이원화’ 구조로 전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효능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은 맞지만, 복용 편의성과 가격, 접근성까지 함께 고려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경구제가 시장 저변을 넓히고, 주사제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역할이 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시장은 특정 제형이 대체하는 구조가 아니라, 환자 특성과 치료 단계에 따라 선택이 나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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