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 = 송영두 기자] 조용히 책을 읽고 사색을 즐겨야 할 대형서점이 이른바 ‘번따(번호 따기)’ 성지로 변질되며 이용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상대의 연락처를 묻는 노하우나 실제 성공 사례를 담은 영상이 확산하며 논란이 거세다.
최근 온라인상에는 서울 강남과 광화문의 대형서점을 찾아 여성들에게 연락처를 묻거나 누군가 말을 걸어주기를 기다리며 책을 읽는 척하는 이른바 ‘패션 독서’ 콘텐츠가 쏟아지면서다.
일부 영상은 조회수 200만 회를 돌파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으며 “재테크 코너에 있는 사람이 자기계발에 진심일 확률이 높다”거나 “혼자 방문객이 많은 주말 오후 4시 전후가 황금 시간대”라는 식의 상세한 팁까지 공유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서점이 헌팅 장소로 부상한 배경에는 젊은 세대의 ‘텍스트힙(Text Hip)’ 열풍과 더불어 코로나19 당시 유흥시설 집합금지로 인해 서점이 풍선효과를 누렸던 과거 사례가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건실한 인연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정작 서점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독서에 몰입해야 할 공간에서 낯선 이의 시선을 느끼거나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끈질기게 말을 거는 행위가 휴식 시간을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왜 이런 문화를 만드느냐”, “이제 서점도 마음 놓고 못 가겠다”는 불만 섞인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상황이 악화하자 광화문 교보문고는 지난 2월부터 매장 곳곳에 ‘독서 공간 에티켓’ 안내문을 비치했다. 안내문에는 소중한 독서의 순간이 낯선 대화나 시선으로 방해받지 않도록 배려해달라는 내용과 함께 불편 상황 발생 시 직원에게 문의해달라는 문구가 담겼다. 서점 측은 개방된 공간인 만큼 특정 행위를 강제로 제지하기는 어렵지만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경우 스토킹 처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며 거절 후에도 반복적으로 말을 걸면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신체 접촉이나 성적 발언이 동반될 경우 성추행이나 성희롱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현재 SNS상에서는 헌팅 시도에 대해 “1분 안에 작가 다섯 명을 말해보라”고 요구하거나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는 등의 대처법까지 공유되고 있다. 서점의 본질인 독서 문화를 지키기 위해 이용객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배려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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