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도마를 쓰다 보면 어느 순간 표면이 거칠어지고, 김칫국물이 깊이 배거나 갈라진 틈에서 냄새가 올라오는 경우가 생긴다. 대부분은 이때서야 관리 방법을 찾는다. 하지만 이미 손상이 진행된 뒤라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단순한 사용감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위생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14년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대 미생물학 연구팀은 가정 내 도마에서 검출된 대장균 등 박테리아 수가 변기 시트보다 약 200배 많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칼자국이 난 도마 틈새로 음식물 찌꺼기가 스며들면서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물과 열에 민감한 나무, 관리 소홀하면 균열부터 시작된다
나무는 살아 있는 조직이었던 재료다. 잘라낸 뒤에도 내부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며, 외부 환경에 따라 계속 반응한다. 특히 수분과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성질이 뚜렷하다. 물을 흡수하면 팽창하고, 건조해지면 수축한다.
도마는 이 변화가 가장 빠르게 드러나는 도구다. 칼질이 반복되면서 표면 섬유가 눌리고 벌어지고, 세척 과정에서 물을 머금었다가 다시 마르는 과정이 이어진다. 여기에 온도 변화까지 더해지면 나무 결 사이에 보이지 않는 틈이 생긴다.
이 균열은 단순한 외형 문제가 아니다. 나무는 다공성 구조라 내부에 미세한 구멍이 많다. 이 공간은 원래 수분을 머금는 구조인데, 도마에서는 오히려 오염물질이 스며드는 통로가 된다. 음식물 찌꺼기나 수분이 이 틈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마르기 어렵고, 그 상태가 반복되면서 세균이 머물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올리브유·참기름이 오히려 나무 도마를 망치는 이유
나무 도마 관리에서 가장 흔히 권장되는 방법이 기름 코팅이다. 도마를 완전히 건조한 뒤 기름을 얇게 발라 목재 표면이 갈라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어떤 기름을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쉽게 꺼낼 수 있는 올리브유나 참기름을 바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 두 가지는 나무 도마 코팅에 쓰면 안 되는 기름이다.
올리브유와 참기름은 공기 중에서 산화되는 속도가 느린 불건성유에 속한다. 건조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나무 안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산패되고, 오히려 도마에 불쾌한 냄새를 만들어낸다.
반면 카놀라유나 포도씨유 같은 건성유는 공기와 접촉하면서 비교적 빠르게 굳는 특성이 있어 나무 표면에 얇은 보호막을 형성하는 데 적합하다. 코팅을 할 때는 기름을 바른 뒤 바로 사용해서는 안 되고, 최소 반나절은 건조 시간을 두어야 한다. 이 과정을 2~3회 반복하면 코팅 효과가 더욱 오래 유지된다.
뜨거운 물로 씻으면 깨끗해진다는 생각이 도마를 망친다
나무 도마를 세척할 때 뜨거운 물을 쓰는 사람이 많다. 뜨거운 물이 세균을 더 잘 없애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지만, 나무 소재에는 오히려 좋지 않다. 뜨거운 물은 목재의 섬유질을 급격하게 팽창시켰다가 식으면서 수축시키는 과정을 반복하게 만든다.
나무 도마는 미지근한 물과 중성세제로 세척하는 것이 적절하다. 세척 후에는 바로 세워서 해가 잘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서 건조해야 한다. 햇빛에 직접 노출되면 목재가 과도하게 건조되면서 갈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살균이 필요할 때는 뜨거운 물 대신 식초를 사용하면 된다. 식초는 강한 산성 물질로, 살모넬라균 등 식중독 원인균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식초 속 초산 성분이 세균의 세포막을 파괴하고 내부 단백질을 변성시키는 원리로 세균을 제거한다.
단, 식초 원액을 그대로 도마에 부으면 목재 표면이 과도하게 거칠어질 수 있으므로 물과 희석해서 써야 한다. 물 10에 식초 1 비율로 섞은 용액을 도마 전체에 고르게 뿌리고 5분 정도 그대로 둔 뒤 깨끗이 헹구면 살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칫국물이 스며들기 전에 해야 할 한 가지
나무 도마에서 관리가 특히 까다로운 상황이 김치를 다룰 때다. 김칫국물은 색이 강하고 냄새도 오래 남아서, 한 번 목재 속으로 깊이 스며들면 제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무 도마가 김치 전용 도마로 김치 전용 도마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
김치를 나무 도마에서 썰어야 한다면, 사용하기 전에 도마를 찬물로 한 번 헹궈두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는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찬물을 먼저 흡수시키면 이후 김칫국물이 파고들 틈이 줄어든다.
사용 후에는 김칫국물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찬물로 도마를 씻어야 한다. 이때도 뜨거운 물은 피해야 한다. 뜨거운 물을 쓰면 목재의 기공이 열리면서 오히려 색소가 더 깊이 스며들 수 있다. 찬물로 빠르게 씻어낸 뒤 세제로 한 번 더 닦고, 이후 서늘한 곳에서 세워서 건조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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