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1년까지 베트남 공산당·정부 대표하며 '개혁 드라이브' 전망
'럼 측근' 레 민 흥 전 중앙은행 총재, 신임 총리로
"권력 집중, 권위주의 심화 등 위험 초래할 수도" 우려도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베트남 권력서열 1위 또 럼(69)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7일(현지시간) 서열 2위인 국가주석직도 겸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방불케 하는 막강한 권한을 장악했다.
이날 베트남 국회는 베트남 공산당의 럼 서기장 국가주석 지명을 출석 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인준했다고 쩐 타인 먼 국회의장이 밝혔다.
공산당은 지난달 말 회의에서 그를 주석으로 지명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8월 서기장 자리에 오른 그는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 서기장 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이번에 2031년까지 베트남 정부를 대표하는 주석 자리까지 손에 넣었다.
공산당을 대표하는 서기장, 정부를 대표하는 주석은 서열 3·4위인 총리·국회의장과 더불어 베트남 최고지도부인 이른바 '4대 기둥'을 이룬다.
베트남에서 한 명이 서기장과 주석을 겸직한 적은 응우옌 푸 쫑 전 서기장이 2018∼2021년 주석까지 맡은 것과 2024년 럼 서기장이 약 두 달간 주석직을 병행한 것이 전부다.
다만 이들 사례는 전임자의 별세에 따른 과도기적 상황에서 빚어진 것이며, 이번처럼 베트남의 정상적인 지도부 선출 절차를 통해 서기장과 주석 자리를 동시에 손에 쥔 것은 럼 서기장이 최초라고 AFP 통신은 전했다.
베트남 공산당과 정부는 그간 '4대 기둥'을 최고지도부로 하는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을 겸임하는 시 주석처럼 이번에 럼 서기장이 5년간 두 자리를 모두 맡아 집중된 권력을 갖게 되면서 기존 집단지도체제는 매우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럼 서기장은 주석 취임 선서 후 연설에서 "서기장과 주석의 책임을 맡는 것은 매우 큰 영광이자 책임이며, 신성하고 고귀한 의무"라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최우선 과제는 평화와 안정 유지, 신속하고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 촉진, 국민 삶의 모든 측면 개선이라면서 이를 위해 과학·기술·혁신·디지털 전환을 주요 동력으로 하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럼 서기장은 이번에 움켜쥔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연 10%의 고속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는 '개혁' 정책을 한층 더 신속·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그는 2024년 별세한 쫑 서기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이후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관료주의 타파와 신속한 의사 결정 구조 구축을 표방하면서 대대적인 중앙·지방 정부 개편을 단행했다.
중앙 정부 부처·기관을 기존 30개에서 22개로, 광역 지방 행정구역을 기존 63개에서 34개로 각각 통폐합했고 그 결과 공무원 등 약 14만8천명이 해고되거나 조기 퇴직했다.
이는 베트남이 1986년 '도이머이'(쇄신) 정책을 통한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한 이후 4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정부 개편이었다.
또 베트남 성장의 주요 걸림돌로 꼽히는 교통·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 고속철도,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같은 초대형 인프라 사업 계획도 수립, 추진 중이다.
이처럼 성장·구조조정에 집중한 럼 서기장의 행보는 외국인 투자자 등에게 대체로 좋은 반응을 얻어왔다.
하지만 1979년부터 공안부에서만 40년 넘게 근무해온 '평생 공안통' 럼 서기장의 권력 장악이 중국처럼 권위주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최근 세계자유지수 보고서에서 베트남은 전체 193개국 중 하위권인 158위를 기록 '자유롭지 않은 나라'로 분류됐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레 홍 히엡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베트남 지도부가 합의에 기반한 집단 모델에서 강력한 지도자 스타일로 전환됐다"면서 "또 럼의 손에 더 많은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베트남 정치 체제에 권위주의 심화와 같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베트남이 정책을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도 관측했다.
주베트남 미국대사를 지낸 대니얼 크리텐브링크 전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AFP에 럼 서기장이 "전례 없는 권력과 영향력"을 갖게 됐다면서 "그가 개혁을 밀어붙일 범위가 더 커졌기 때문에 그의 개혁 프로그램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란 전쟁과 관련해 "이번 에너지 위기가 베트남의 성장 목표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면서 "위기가 장기화할수록 그 여파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는 또 이날 오후 레 민 흥(56) 공산당 중앙조직위원장을 만장일치로 임기 5년의 신임 총리로 선출했다.
2016∼2020년 베트남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경제 전문가 흥 총리는 경제사령탑 역할을 하는 총리직을 맡게 됐다.
흥 총리는 럼 서기장의 '멘토'로 꼽히는 레 민 흐엉(1936∼2004) 전 공안부 장관의 아들로서 럼 서기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흥 총리는 취임 연설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현대적이며 서비스 지향적인 정부 구축, 혁신과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연평균 최소 10%의 경제 성장률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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