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등 사법상의 법률관계에서는 계약 등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스스로 규율하고 원칙적으로 국가가 이에 간섭하지 않고 공공복리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국가가 법률에 근거해 개입할 수 있다. 이를 사적자치의 원칙이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적자치의 원칙은 계약 등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경우에만 적용하는 것이고 이미 형성된 법률관계를 토대로 그 법률관계에서 발생하는 권리의 행사는 의무의 이행의 결과를 사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금지된다.
사적자치에 의해 형성된 법률관계에 따라 일방이 이행하지 않는 경우 상대방이 국가시스템 내에서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해결되지 않고 스스로 힘과 권력으로 실현하는 행위가 허용된다면 정글같이 약육강식의 사회가 될 것이고 사적인 복수가 만연할 것이다.
따라서 공권력의 총합체인 국가의 행위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만든 법률에 근거를 둬야 한다는 헌법적 원칙이 법치주의이고 그 국가의 행위 중 분쟁 해결 분야에서 법원이나 검찰 경찰 등의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하고 스스로 자기의 이익과 권리를 실현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소위 사적구제금지의 원칙이라 하고 우리 헌법상에도 구현돼 있다.
공직자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사적 이익 추구를 금지하고 공직자의 직무 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을 방지해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등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도 공직자가 본인에게 주어진 공적인 권한을 사적인 이익 실현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킨 것으로 사실상 사적구제금지의 원칙의 연장선상에 있는 제도인 것이다.
위 같은 포괄적인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뿐만 아니라 공직자가 자신의 공적인 권한과 지위를 이용해 본인의 사적인 이익을 실현하거나 상대방의 권리 주장을 방해하고 의무없는 일을 시키는 경우 직권남용죄, 독직죄, 공무상비밀누설죄, 강요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반 국민은 사적구제가 금지된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고 실제 사적구제로 나아간 경우 정상 참작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예외없이 법적인 처벌 등이 제재가 뒤따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관해 사적구제가 허용돼야 한다는 제도개선론도 미미한 상황이다.
그러나 공직자는 이해충돌행위금지가 사실상 사적구제금지의 원칙과 같은 맥락이라는 인식, 공직자의 공적인 권한 행사, 즉 입법 사법 행정 등의 과정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이해관계집단이나 심지어 특정인의 이익 및 손해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가 사적구제금지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 이러한 이유로 국회는 특정 대상만을 규율하는 처분적 법률을 금지하는 것이다.
힘과 공적인 권한이 없는 일반 국민은 사적구제가 금지되고 공적인 권한이 있는 공직자는 공적인 권한을 이용해 사실상 사적구제가 허용되게 되면 불공평을 떠나 국가는 국민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후진적인 일부 국가에서 공직자가 공권력을 남용해 개인 간 분쟁을 해결하기도 하지만 이는 허용될 수 없는 병폐적이자 위법 위헌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현실은 국회가 특정인의 형사사법적 분쟁 해결을 위해 재판이란 헌법상의 절차를 기다리는 대신 국정조사를 통해 해결을 도모하는 것처럼 오해 살 만한 공권력 행사를 하고 있고 그 폐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없어 더욱 안타깝다.
이러한 공권력 이용 사적구제행위가 더 확산되기 전에 자제하고 더 나아가 개헌을 통해 이를 견제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본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