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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최대 수혜자는 中
중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도 에너지 대란을 막았을 뿐 아니라 양안관계(중국과 대만)에서 미국의 관심을 돌려 이번 전쟁의 승자로 꼽힌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전체 원유 수입의 33%를 사들이는 ‘큰 손’이다. 이란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규모 원유 운송 차질을 피했고 러시아와 아프리카 등으로 수입선도 다변화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위안화로 받겠다는 구상을 하면서 ‘페트로 달러’의 영향력에 흠집을 낸 것도 중국으로선 뜻밖의 혜택이다.
미국이 중동에 군사력을 집중하면서 중국에 대한 억지력이 상대적으로 약화한 것도 중국에는 상당한 이익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까지 공격하면서 중국 역시 힘의 논리를 앞세워 역내 영향력을 강화할 명분을 얻은 셈이다. 미국이 유엔과 국제인도법을 ‘패싱’ 하면서 국제사회는 조정 기능을 잃었다. 대신 미국과 이란을 중재하는 파키스탄의 외교력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 당시 “파키스탄은 의도적으로 미국을 속인다”며 적대국 수준으로 비판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다.
이번 이란전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그레이존(Gray Zone)’ 외교도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그레이존 외교란 흑백이 분명한 전쟁(Black)과 평화(White) 사이의 모호한 영역을 활용하는 전략을 말한다. 영국 BBC방송은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에 대한 외교·경제적 지원을 유지하며 미국의 중동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서방 중심의 질서를 비판해 입지를 단단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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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원유 의존 높은 亞 비상
반면 아시아는 이번 전쟁 최대 피해자로 꼽힌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등은 미국이 벌인 전쟁에 막대한 피해를 보면서도 미국과 강력한 동맹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중·러의 영향을 받는 이란이 손쉽게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 중 한국만큼 심하게 타격을 입은 나라는 없다”고 밝혔다. 원유 70%를 호르무즈에 의존하는 구조가 에너지·석유화학·반도체·거시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진단이다.
원유와 LNG(천연가스) 수입의 절반을 중동에 의존하는 인도는 에너지 수급에 직격탄을 맞았다. 인도는 미국의 해군 연합 참여 요청을 뿌리치고 이란과 양자 협상을 택했다. 비료 수입 차질로 세계 최대 인구를 감당해야 하는 식량 생산에도 빨간불이 켜지자 식량 안보 우려에도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앙숙관계인 파키스탄의 부상도 인도에는 뼈아픈 요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차례 에너지 위기를 겪은 유럽의 어려움도 가중되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이란 전쟁 이후 휘발유와 디젤 가격은 각각 15%, 30% 상승했으며 천연가스 가격은 50% 이상 급등했다. 유럽이 애써 퇴출했던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제재를 미국이 일부 완화하면서 유럽의 딜레마는 다시 깊어지고 있다. 특히 유럽은 이번 전쟁으로 미국의 의사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종이호랑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어 유럽 지도자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을 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이란 정권 붕괴 땐 영향력↓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전쟁 자금이 부족하던 러시아는 숨통이 트였다. 러시아산 원유가 중동산 원유의 대체재 역할을 하면서 러시아는 하루 평균 약 1억 5000만 달러(약 2266억원)의 추가 세입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번 전쟁으로 이란의 정권이 무너지면 러시아의 영향력은 악화할 전망이다. 이란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 글로벌 경제에 통합된다면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이란을 통한 천연자원 수출이 가능해진다. 옛 소련권 국가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하는 러시아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외교부 차관을 역임한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동 외교는 더는 ‘건설 수주’나 ‘정상 방문’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물류, 교민 보호, 방산, 외교적 완충장치를 함께 묶는 국가 안보 문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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