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방은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7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을 가졌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7개월 만의 여야정 회동으로 민주당 측에서 한병도 원내대표, 강준현 수석대변인이 국민의힘 측에서 송언석 원내대표, 최보윤 수석대변인이 자리했다. 또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 정을호 정무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앞서 홍 수석은 이날 회담과 관련 중동 전쟁에 따른 경제 상황이 주로 다뤄지지 않겠냐면서도 별도 의제 제한이 없다고 지난 3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 도착한 정 대표와 장 대표에게 인사를 건네며 기념 촬영을 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전속 사진사의 손을 잡아달라는 요청에 "(정청래·장동혁 대표에게) 두 분이 요즘도 손 안 잡고 그러는 거 아니죠. 연습 한 번 해보세요"라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오찬장으로 이동해 이 대통령은 먼저 장 대표의 모두발언을 권했다. 이에 장 대표는 "모두발언을 먼저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가지고"라며 "정 대표님 먼저 (하시라)" 라고 권했으나 회담 사회를 맡은 홍 수석의 권유에 먼저 발언을 시작했다.
장 대표는 "오늘 이런 자리가 있을 것 같아서 최근에 제가 집 6채 중에서 4채 처분하느라고 고생 좀 했다"고 첫 마디를 열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5일 여의도 윤중로에서 벚꽂놀이를 즐기러 온 시민들과 깜짝 소통에 나선 것과 관련 "대통령과 셀카 찍으면서 즐거워하는 시민들도 많으셨을 것인데 기름값, 밥값이 두려워서 마음 편케 나들이를 나서는 것도 무서웠던 어려운 형편의 국민도 많이 계시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부활절을 맞이해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연합예배를 드린 후 윤중로를 찾아 시민들을 만났다.
이어 "'그동안 대통령과 여당에서 야당을 배제하고 이렇게 일방독주를 해왔는데, 이렇게 식사 한번하고 사진 찍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말씀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지금 민생이 가장 어려울 때 아니냐, 그러니 가서 대통령께 국민의 삶이 뭐가 어려운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오는 게 맞지 않겠냐'라고 말씀주시는 분들도 계셨다"면서 "저는 기름값, 밥값이 두려워서, 벚꽃이 한창인데 나들이를 나서기도 힘든 그런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해 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겨냥해 "국민 70%에게 현금을 나누어주는 방식이라면, 오히려 물가와 환율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리 원화 가치가 주변국들에 비해서도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나쁜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TBS 지원금 49억 원, 중국인 관광객 짐 보관 및 배송 사업(짐 캐리) 등에 들어가는 306억 원, 아파트 베란다 태양광 사업 250억 원, 농지 투기 전수조사에 587억 원 예산들을 언급하며 "'전쟁추경'의 목적에 전혀 맞지 않는 대표적인 사업들"이라고 했다.
이어 "정작 기름값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는 화물차, 택배 등에 대한 지원은 빠져 있고 농수축산업 지원도 턱없이 금액이 부족하다"며 "국민의힘에서는 꼭 필요한 국민생존 7개 사업을 제안했다,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장 대표는 "올해 시중통화량 M2 지표 기준 4565조 원 돌파로 사상 최대 기록, 외환보유액 감소로 세계 12위"라며 "통화량은 늘고 달러가 줄어들면 당연히 환율이 오르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데, 지난 정부 당시 환율이 1450원을 넘었을 때 우리 대통령께서는 국민자산 7%가 날아갔다고 비판했다"고 했다.
이어 1530원대까지 오른 환율을 언급하며 "같은 방식대로 계산한다면 국민 자산 13% 이상이 날아간 것으로 통화량을 증가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과 달러 스와프 체결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했다.
또한 나프타 공급 차질, 생활물가 상승, 부동산 규제 문제를 거론하며 "경제 챙기고 민생 살피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조작기소 국정조사 같은 일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삶의 어떤지 챙겨보시고, 야당의 목소리에도 더 귀를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와 관련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한국도 안 도왔다고 비난받았는데 북한 김정은에게는 솔직하고 대범하다고 칭찬받았다"며 "이 노선이 맞는지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달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장 대표의 발언에 "야당으로서 저렇게 이야기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면서도 "여야가 한 당의 심정으로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종합주가지수 상승, 외교 무대 복귀, 수출 증가, 실질국내총생산(Real GDP) 성장률 반등세, 부동산 시장 안정, 관광객 증가, 5극3특 균형발전 전략 추진으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등 지방주도 성장 본격화 등을 언급하며 "비정상적이었던 대한민국이 국가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또 중동 전쟁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추경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석유최초가격제 시행에 따른 보전을 비롯해 수출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를 비롯해 희토류와 요소수 등 핵심전략품목의 안정적 수급을 지원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강원도 철원, 수원 못골시장 등 민생현장을 다닌 일화를 소개하며 "하루빨리 추경을 통과시켜서 걱정을 풀어 드려야 되겠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며 "1분 1초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소한 이번 민생 추경만큼은 하루빨리 여야가 합의해서 국민의 시름과 고통을 덜어주도록 최선을 다해서 국회가 오랜만에 밥값을 했다 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장 대표는 정 대표의 광주전남통합 발언을 이어가며 지역균형 발전과 관련 "대통령께서 오늘 가능하시다면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부산허브도시 특별법만큼은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자 정 대표는 "대구경북통합 같은 경우, 제가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이것까지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던 걸로 기억한다"며 "앞으로 이 (대구경북통합, 대전충남통합) 통합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울러 '짐 캐리' 예산을 포함한 추경과 관련 "우리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와서 물건을 많이 사면 이게 가져갈 것이 걱정되는데 이것을 공항까지 갖다준다면 물건을 더 많이 사니까, 투여 예산보다 실제로 더 물건을 사서 이익"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통령은 양측 발언을 들은 후 "장 대표 말씀처럼 우리가 의견이 좀 다를 경우에는 사실 만나서 자주 얘기하는 게 좋다"며 "의견이 합치 안 될 수도 있지만 오해는 최소한 많이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자주 이렇게 만나 뵙고 싶다"고 기대했다.
이어 장 대표의 발언을 들은 후 "중요한 지적"이라고 하면서 "각계 항목별로 우리 장관님들이나 우리 총리께서 설명을 해드리면 좋겠다, 팩트 체크(사실 확인)는 하면서 진지하게 소통을 자주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 특히 외부 요인에 의해서 우리 공동체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는 내부적 단합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추경을 둘러싼 여야 이견에 대해선 "예산안은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서 필요한 것들을 더 추가할 수도 있고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들은 삭감하고 조정될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도 "피해지원금을 '현찰 나눠주기'라고 하는 것은 좀 과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수는 국민을 위해서 반드시 써야 하는 돈으로, 잘 쓰는 게 중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대외적 위기에 따른 피해를 조금이라도 보전해 드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재원이 넉넉하면 당연히 모든 국민에 동등한 지원을 해야 마땅한데 그러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며 "현금 포퓰리즘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의 '짐 캐리' 관광객 지원 예산 논란에 대해서도 '중국 관광객에게만 지불하는 것인지'를 물으며 "(지원 대상이) 중국 사람으로(만 한정돼) 있으면 그거 삭감하라, 그런데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면서 "팩트를 한번 체크해 보자"고 했다.
아울러 헌법 개헌안과 관련해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지 너무 많은 세월이 지나서 좀 안 맞는 옷처럼 돼 있는 상황"이라며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비상계엄 사태, 지방자치 강화 등에 대해 "이견이 크지 않은 만큼 점진적 개헌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수용해 주면 어떨까 싶다"고 제안하며 긍정적 논의를 당부했다. 해당 개헌안에는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정신을 명시하고,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지역 간 균형발전을 촉진할 의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쉽지 않은 자리인데, 앞으로도 기회 되면 자주 만나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자"며 "국정이 오로지 국민과 국가를 위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회담 종료 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브리핑을 통해 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협력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주요 현안을 두고는 입장 차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개 회동에 이어, 비공개 오찬 간담회까지 약 2시간가량 진행됐다"며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의 필요성을 공유한 자리였다"고 전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추경과 민생지원, 조작기소 국정조사, 개헌 관련 등의 의제로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특히 추경과 민생지원 관련 "국민의힘은 생계형 소규모 운수업자 지원, 유류세 인하 등 7개 사업을 제안했다"고 했다.
조작기소 국정조사에 대해 "국민의힘은 중동전쟁 상황 등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했지만 여당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개헌과 관련해서는 "국민의힘이 내용에는 공감하되 시기적으로는 지방선거 이후에 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요 현안에 대한 이견은 존재했으나, 상대의 입장을 경청하고 '민생'이라는 공통분모를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도 별도 브리핑을 통해 비공개 회담 내용을 중심으로 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민생존 7개사업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민주당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며 "긍정적 협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추후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류세 지원과 관련 "송 원내대표가 현금 주는 방식보다 유류세 추가 인하가 국민에게 보탬이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으나, 입장차가 분명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또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통과를 양당 대표가 거듭 건의했으나, 이 대통령이 부정적 입장으로 표현하긴 했다"고 전했다. 조작기소 국정조사 역시 입장 차가 확인됐다고 했다. 야당의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을 정례화 제안에 대해선 "이 대통령은 필요시 (개최)하는 것으로 말씀했다"고 전하면서 "구체적 일정이 잡히지 않고 회담이 끝났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개헌 문제를 두고 장 대표가 "지방선거와 동시에 하는 개헌에 대해 반대 입장이 당론"이라고 밝히면서 이 대통령에게 '중임이나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국민께 선제적으로 해달라고 건의했으나 이 대통령은 즉답을 피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연임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는 전언과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연임 개헌에 대해 현재 공고된 개헌안을 수정해서 의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야당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한 상태에서 (야당이 반대하면 개헌은) 불가능하지 않느냐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이후 강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내고 "이번 회담과 관련한 개헌 발언 보도에 대해, 과도한 해석은 자제될 필요가 있다"며 "해당 발언과 관련해 실제 회담에서는 대통령이 분명한 설명을 했는데 발언의 맥락을 제외한 채 '즉답을 피했다'는 표현만 부각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이미 공고된 헌법개정안은 한 글자도 수정할 수 없고, 부칙 역시 마찬가지'라며 '연임·중임과 같은 내용을 부칙에 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면서 "'야당이 개헌 저지선 의석을 갖고 있지 않느냐, 무엇을 그렇게 걱정하느냐'는 취지의 언급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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