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사관들, 트럼프 조롱…"미국이 석기시대 도달"·"전례없는 구걸"
폭격 공포에 떠는 이란 주민들, 발전기 사고 '생존키트' 마련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이란 공격 위협을 두고 전 세계 이란 외교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SNS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인 인프라 파괴 예고 시간이 임박하면서 이란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며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는 등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중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처럼 상반된 이란 내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모든 교량과 발전소를 파괴할 것'이라고 위협하며 제시한 협상 데드라인인 미 동부시간 기준 7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를 앞두고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 이란 대사관들은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고 나섰다.
주불가리아 이란 대사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 사이에 낀 모습을 그린 만평을 엑스에 올리며 "지금의 트럼프"라고 표현했다.
주태국 이란 대사관은 엑스 게시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속어 협박과 '석기시대' 경고를 언급하며 "미국 대통령이 10대 청소년처럼 욕설을 내뱉는 것을 보니 미국이 예상보다 빨리 석기시대에 도달한 것 같다"고 비꼬았다.
주오스트리아 이란 대사관도 엑스에 "미국 대통령이 비통함과 공허한 무례함, 위협이 뒤섞인 전례 없는 수준의 구걸을 하고 있다"며 "모든 음절, 특히 무분별한 욕설에서 절망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적었다.
이어 "18세 미만 모든 미성년자가 트럼프의 수사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엑스 게시물 캡처에 '+18' 기호를 덧붙인 이미지를 첨부했다.
주남아프리카공화국 이란 대사관은 내각과 부통령이 대통령을 직무에서 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제25조 4항을 거론하며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고 말했다.
반면 한 달 넘게 전쟁을 견뎌온 이란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확전 위협과 매일 이어지는 폭격으로 공포에 떨며 더 큰 공습에 대비하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매일 밤 테헤란 시민들은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이고 창에서 멀리 떨어진 방에 모여 잠을 청한다. 또 새로운 공격으로 전기와 수도 등이 중단될 것을 우려해 서둘러 발전기를 구입하고 '생존 키트'를 챙기기도 한다.
테헤란에 사는 한 38세 남성은 유사시에 대비해 통조림, 물, 보조 배터리, 충전식 비상등으로 '생존 키트'를 만들었다고 WSJ에 말했다.
그는 "핵심 인프라가 파괴되면 우리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느냐"며 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북부 지역으로 피신할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인들은 올해 초 시위대를 진압하며 수천 명을 살해한 이란 정부뿐 아니라, 전쟁 초기 체제 전복을 위한 환경 조성을 약속했던 미국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WSJ은 "전쟁이 처음 시작됐을 때 많은 이란인이 반겼다"며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2만회 이상 공습했는데도 정권이 건재하고 공습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자 많은 이란인이 마음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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