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결로 다시 불붙은 리얼돌 논쟁…수입·국내 규제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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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결로 다시 불붙은 리얼돌 논쟁…수입·국내 규제 ‘엇박자’

투데이신문 2026-04-07 17:03: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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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 전 의원이 2019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 당시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용주 전 의원이 2019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 당시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리얼돌(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성인용품)에 대해 별다른 조사 없이 외관만을 근거로 수입 통관을 보류한 세관 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리얼돌 수입 규제 완화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생산·유통과의 규제 불균형 문제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이 “리얼돌이 그 자체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논란은 헬스케어 제품 유통 회사 A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제기한 수입 통관 보류 처분 소송에서 시작됐다. 2020년 리얼돌 3개를 수입해 신고한 A사에게 김포공항세관이 성인용품 통관심사위원회 심사 결과를 근거로 관세법 제237조를 적용해 통관을 보류했고, 심사 청구 결과를 제때 받지 못한 A사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심과 2심, 대법원은 모두 리얼돌의 외형이 여성의 전신 형상과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음란성을 단정할 수 없으며 사용 목적과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세관의 통관 보류 처분은 위법하다는 결론이 유지됐다.

이번 판결로 성인 형상 리얼돌의 수입 규제가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면서 규제의 일관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현 시점에도 미성년자 형상을 한 리얼돌은 수입이 여전히 금지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리얼돌과 관련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제작과 판매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br>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정치권에서도 제도 보완 필요성을 반영해 관련 입법을 시도해 왔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아동·청소년 및 특정인의 외모를 본뜬 리얼돌을 규제하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아동·청소년 형태의 리얼돌을 제작하거나 수입·수출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단순 소지만으로도 1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2019년 정인화 의원, 2021년 최혜영 의원 등이 유사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현재는 법률보다는 행정지침과 고시 중심의 부분적 규제가 이뤄지고 있으며 관세청은 2022년 개정 지침을 통해 미성년 형상 및 특정인 형상 리얼돌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리얼돌 수입 허용 여부만을 둘러싼 논의에서 더 나아가 국내 생산·유통 전반에 대한 제도적 공백을 함께 짚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입 문제만 부각될 경우 이미 법의 사각지대에서 이뤄지고 있는 제작·판매·관리·유통 문제는 공론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북대 철학과 윤김지영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개인이 리얼돌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문제라기보다 수입업자가 이를 상업적으로 들여와 유통하려는 행위에 대한 판단으로 봐야 한다”며 “수입과 통관은 특정 물품이 사회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 국가가 개입하는 공적 절차인데 이번 판결은 이를 개인의 사생활 문제처럼 접근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지금 논의의 초점이 수입 통관 문제에만 맞춰져 있지만 정작 국내 생산과 유통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이나 실태 파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어느 정도 범위로 생산·유통되고 있는지, 어떤 경로로 소비되는지, 폐기나 위생 관리 문제는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까지 폭넓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에서 유통되고 있는 리얼돌의 판매 페이지. 실제 여성 피부 같다는 홍보 문구와 함께 실존 인물의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쿠팡 사이트 캡처]

이 같은 문제의식은 여성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서 제기해 온 여성 인권 우려와도 맞닿아 있다. 이들은 리얼돌이 여성의 신체를 극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소비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성적 대상화와 도구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성의당 유지혜 여성폭력대책본부장은 X를 통해 “여성들이 수년간 리얼돌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지만 대법원은 이를 외면한 채 수입 통관 보류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학적인 사용 후기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여성폭력대책본부장은 “현재 유통되는 리얼돌은 혈관과 맥박까지 구현해 여성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성범죄에 노출된 여성의 현실을 외면한 채 이를 용인한 판결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 역시 “리얼돌은 ‘얼마나 실제 여성과 유사한가’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이를 단순한 성기구로 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정말 사회적 우려가 없는 물품이라면 미성년자 형상이나 특정인 형상 리얼돌이 별도로 금지될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성인 여성의 신체는 성적으로 대상화돼도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하다”며 “리얼돌은 사용자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동의’하는 수동적 객체로서의 성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성의당은 오는 8일 대법원 앞에서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대한 비판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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