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넷마블이 1500억원 규모의 코웨이 지분을 추가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선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 주도해온 행동주의 펀드 공세에 맞춰 경영권 방어를 본격화했다는 해석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달 31일 열린 코웨이 정기 주총에서 얼라인의 이사회 개편 요구를 막아낸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이번 주총에서 얼라인이 제안한 안건은 모두 부결됐지만 예상보다 많은 표를 받으면서 최대주주인 넷마블 측의 위기감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넷마블은 6일 향후 1년간 약 1500억원을 투입해 코웨이의 주식을 장내 분할 매수한다고 밝혔다. 6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07만주에 이르며 매입이 완료되면 넷마블의 코웨이 지분율은 현재 약 26.16%에서 28~9%대까지 오르게 된다.
넷마블은 이번 주식 취득 목적을 “지배구조 안정화 및 재무 건전성 제고”라고 명시하고 있다. 지분 확대를 통해 코웨이에서 발생하는 지분법 이익과 배당 수익을 늘리고 동시에 최대주주로서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려는 재무·지배구조 복합 전략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 얼라인 공세 2년차…이사회·배당을 둘러싼 전면전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은 지난 2024년부터 코웨이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올해 주총 직전 5.07%까지 지분을 끌어올리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얼라인은 공개 주주서한 3차례를 통해 코웨이에 △ROE(자기자본이익률) 목표 제시 △목표 자본구조 재설정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강화 △IR 개선 △이사회 독립성 제고 등 7가지 개선안을 요구해 왔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넷마블 의장이자 코웨이 이사회 의장인 방준혁 의장의 겸직이 이해상충을 낳는다며 사내이사 불연임과 이사회 독립성 강화, 감사위원회 전원 사외이사 구성,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구조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코웨이가 넷마블 체제 이후 주주환원율이 20% 안팎으로 떨어졌다가 밸류업 계획 발표로 40%까지 상향된 것도 얼라인의 압박이 만들어낸 변화로 평가된다.
작년 제36기 정기 주총에서 얼라인은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 안건을 제안했지만 출석 의결권 대비 46.5% 찬성을 얻고도 과반에 미달해 부결됐다. 결과는 부결이었지만 찬성률이 40% 중후반대까지 올라가면서 얼라인이 외국인·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상당한 ‘반 넷마블’ 표를 결집시키고 있다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켰다.
올해 제37기 정기 주총에서는 양측의 힘겨루기가 한층 노골적인 표 대결로 전개됐다. 얼라인은 정관 변경 2건과 사외이사·감사위원 후보 추천을 통해 감사위원회 전원 사외이사 구성,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의장 선임을 핵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상정했다.
표결 결과 이번에도 회사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고 얼라인이 제안한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얼라인이 추천한 감사위원 후보가 최종 50%의 찬성표를 얻으며 넷마블 측의 위기감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 됐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 외국인·기관의 높은 지분율…잠재적 변수
코웨이는 현재 최대주주인 넷마블이 26.16%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이 60%에 육박하고 국민연금이 6% 이상을 가진 2대 주주로 올라서 있는 등 기관·외국인 비중이 높은 종목이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이 5.07% 지분을 바탕으로 외국인·기관 표를 엮어 이사회 개편을 시도하는 구조여서 단순 지분율만 놓고 보면 넷마블의 절대적 과점이라 부르기 어려운 구도다. 올해 주총에서 얼라인 측 감사위원 후보들이 회사 측 후보에게 밀려 떨어진 배경에는 외국인·기관이 최종적으로 회사 안에 더 많은 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넷마블의 지분율이 높아지면 행동주의 세력이 외국인·기관과 연대해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때 필요한 반 넷마블 연합 표의 허들이 더 높아진다. 일반 이사 선임 안건에서는 3% 룰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넷마블은 보유 지분 전부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30%에 근접한 단일 최대주주라는 사실 자체가 표 대결에서 강한 억제력으로 작용한다.
또한 얼라인이 계속해서 감사위원 분리선출,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 독립 의장 선임 같은 거버넌스 개편안을 들고 나올 경우에도 넷마블이 이사회 안건 설계와 후보 추천 단계에서부터 보다 주도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얼라인의 자본 효율·배당 확대 요구가 넷마블에도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코웨이가 배당성향과 총주주환원율을 높일수록 가장 큰 몫을 가져가는 건 지분 20%대 후반을 쥔 넷마블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웨이는 행동주의 공세 이후 밸류업 계획을 통해 총주주환원율을 20%에서 40%로 올리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넷마블이 대규모 지분 매입에 나선 것은 얼라인이 요구하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가 장기적으로 최대주주의 영향력을 줄이고 의사결정권을 시장과 행동주의 주주 쪽에 더 많이 넘기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넷마블은 이번 지분 확대를 통해 이사회 구성권·의장직·감사위원 선임 등 핵심 지배구조 키는 놓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 지배구조 안정화 효과 기대
전문가들은 넷마블이 코웨이의 지분율을 확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코웨이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가진 렌털·생활가전 기업으로 실적과 배당에서 넷마블 연결 실적을 보완해 주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 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넷마블이 장기적으로 코웨이 지분을 매각해 게임 등 본업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지분을 더 사들이기로 하면서 넷마블이 코웨이를 중장기적 전략 자산으로 계속 안고 가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코웨이를 완전한 계열사로 편입하기 위한 최소 지분율 요건에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20%대 후반이라는 지분이 행동주의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해 주는 수치는 아니라는 점에서 넷마블이 향후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코웨이 정기 주총에서 얼라인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전력이 있어 향후 주주총회마다 독자적인 판단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의 이번 지분 매입은 지배력을 강화하고 코웨이를 지속적으로 품고 가겠다는 신호로 읽힌다”며 “향후 ESG·주주환원 정책을 포함한 코웨이의 거버넌스 행보가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안정성의 수준이 가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넷마블은 다음달 7일부터 한달간 55만5555주를 우선 매입한다. 당초 예상 금액은 400억원 정도였지만 7일 주가가 8% 이상 급등하면서 매입 금액도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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