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현대로템이 항공우주 분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철도와 방산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유망 산업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재도약의 기회를 잡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가 단행된다. 올해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인적 투자는 이미 상당 부분 투입됐고, 핵심 기술 개발과 생산 거점 구축을 병행하며 물적 투자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7일 현대로템에 따르면, 올해부터 향후 3년간 항공우주와 수소 등 미래 사업에 총 1조8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를 단행한다. 직전 3개년(2023~2025년) 투자액 5031억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여기에 추가 자금(+α) 투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5조8390억원)과 영업이익(1조56억원)을 거둔 만큼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상황이다. 현대로템은 외부 차입이 아닌 자체 현금 흐름과 유보금 등을 활용해 투자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투자 항목은 ▲지상 무기체계 무인화 및 자율주행 제어 기술 개발 ▲충남 서산 우주항공센터 확장 ▲수소기관차 핵심 기술 개발 ▲수소 충전 및 제조설비 기술 개발 등이다.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과 함께 체결한 업무협약대로 오는 2034년까지 약 3000억원을 투입해 전북 무주군 일대에 종합 항공우주 생산기지도 만든다. 해당 기지에선 메탄엔진을 비롯한 차세대 추진기관의 연구개발과 생산이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기존 지상무기체계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항공우주까지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기반 구축이라는 평가다.
사실상 올해를 기점으로 항공우주 사업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지난 1월 항공우주개발센터 내 항공우주시스템팀을 신설하고, 35t(톤)급 메탄엔진 개발을 이끌어온 남궁혁준 책임을 상무로 승진시켜 센터장에 임명했다. 이어 3월에 공시한 2025년 사업보고서에서 항공우주를 신사업 핵심축으로 처음 언급하며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사업보고서에는 “디펜스솔루션사업본부는 기존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미래 사업 구조로 전환을 추진하며, 로봇·유무인복합 무기체계(MUM-T)·항공우주 등 신사업 분야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디펜스솔루션사업본부는 K계열 전차 등 현대로템의 방산사업을 영위하는 디펜스솔루션 부문의 산하 조직이다. 디펜스솔루션은 R&D 허브와 사업본부로 나뉘어 운영되는데, R&D 허브 산하 핵심이 바로 항공우주개발센터다.
현대로템이 주력하는 핵심 기술은 차세대 발사체 엔진으로 꼽히는 메탄엔진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030년까지 메탄엔진 설계와 연소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책 과제 수주를 통해 개발을 본격화했다. 메탄엔진은 기존 케로신 기반 엔진 대비 그을음이 적어 재사용 발사체에 유리하다. 그만큼 민간 주도의 우주 수송 시대에서 핵심 경쟁 요소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초음속 덕티드 램제트 엔진과 극초음속 이중램제트 엔진 등 차세대 추진기관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미사일과 우주 발사체에 모두 적용 가능한 영역으로 방산과 항공우주를 연결하는 핵심축으로 꼽힌다. 특히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는 한국형 극초음속 비행체 ‘하이코어(HyCore)’ 사업에 참여해 이중램제트 엔진 기술 개발에 나섰다. 시험비행에서는 목표치인 마하 5를 넘어 마하 6 속도를 기록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램제트 엔진은 터빈이나 압축기 없이 초음속 비행 시 발생하는 충격파로 공기를 압축해 작동하는 방식으로, 개발 난도가 높은 첨단 기술로 평가된다. 이 중 덕티드 램제트 엔진은 공기 흐름을 제어해 효율을 높인 구조이며, 이중램제트 엔진은 속도에 따라 램제트와 스크램제트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메탄엔진은 재사용 발사체용 핵심 기술로, 민간 우주 수송 시대를 대비한 장기 프로젝트 성격”이라며 “램제트 계열 엔진 역시 순조롭게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 항공우주 분야는 매출로 반영되지 않는 연구개발 중심 단계로, 국책 과제와 자체 개발을 병행하며 기술 축적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항공우주 분야는 약 30년간 기술을 축적해 왔지만, 과거에는 유지 수준에 머물렀다”며 “최근 들어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면서 본격적인 투자와 사업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인 매출보다는 기술 확보와 사업 기반 구축에 집중하고, 향후 사업화와 매출로 연결하는 구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진의 의지도 분명하다. 현대로템 이용배 사장은 “수소, 무인화·AI, 항공우주 등 미래 산업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신속히 사업화해 지속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2026년을 ‘지상에서 우주까지’ 도약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외부 환경 변화도 현대로템의 미래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민간 중심의 ‘뉴스페이스’ 흐름 속에서 우주산업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현대로템 역시 발사체 엔진과 추진기관 등 핵심 기술 확보를 통해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사장이 지난 2월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협회장으로 선출돼 산업 네트워크와 정책 연계를 동시에 확보, 항공우주 사업 확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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