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대신 ‘전기’···함정 설계가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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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대신 ‘전기’···함정 설계가 달라지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2026-04-07 15:21: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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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전기추진체계가 적용되는 차세대 구축함 KDDX. [사진=한화오션]
통합전기추진체계가 적용되는 차세대 구축함 KDDX. [사진=한화오션]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함정은 더 이상 엔진으로 싸우지 않는다. 관건은 전기다.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 통합전투체계에 이어 향후 지향성 에너지 무기까지 전력 소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기존 디젤·가스터빈 중심 추진 구조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 수요 폭증…‘기계식’ 추진 한계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함정의 속도와 추진력이 성능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배분할 수 있느냐가 전투력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함정 설계 방식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기존 함정은 엔진이 추진을 담당하고, 발전기가 함정 내부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말 그대로 전기는 어디까지나 ‘보조’였다. 이러한 기계식 추진체계는 기술 성숙도는 높지만, 소음과 진동, 유지보수 부담, 효율 측면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환경에서는 구조적으로 대응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미 해군이 발간한 ‘해군 전력체계 기술개발 로드맵(Naval Power Systems Technology Development Roadmap)’에서도 차세대 함정은 장거리 다기능 레이더와 고성능 통신·전자전 체계, 고출력 무기체계 등장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는 지속적인 고출력 운용과 함께 순간적으로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함정의 전력망 설계 자체가 전투 능력과 직결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력 기반 함정에서 중요한 것은 발전량보다 전력 운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는 부족하면 기능이 멈추는 구조여서 전투 상황에서 전력을 어떻게 배분하고 다시 회복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전력 관리가 전투 지속 능력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또한 “전투 중 전력을 모두 소모하면 이후 전투 지속이 어려워지는 만큼 회복 속도와 배분 체계까지 포함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전기추진 확산…해외는 이미 ‘전력 중심 설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방식이 ‘통합전기추진체계’다. 이 방식은 디젤이나 가스터빈이 먼저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움직이는 전동기가 추진축을 돌려 추진력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엔진이 직접 추진력을 만들었다면, 이 방식에서는 전동기가 그 역할을 맡는다. 이때 생산된 전기는 추진뿐 아니라 레이더와 무기, 각종 장비에도 함께 쓰이면서 함정 전체가 하나의 전력망처럼 운용된다. 한 마디로 추진을 담당하던 엔진의 역할이 전동기로 전환된 셈이다.

이러한 개념은 해외에서는 이미 현실화됐다. 영국 해군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은 약 110MW 수준의 전력을 생산하는 전기추진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수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하는 전력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 해군 줌월트급 구축함 역시 약 78MW 전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전기로 움직이면서 그 전력을 추진뿐 아니라 레이더와 무기까지 함께 나눠 쓰는 구조다. 즉, 해외 주요 해군은 이미 ‘엔진’이 아니라 ‘전력’을 기준으로 함정을 설계하고 있다.

KDDX ‘전기추진체계’ 적용…수출 기준도 바뀐다

국내에서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대구급 호위함은 하이브리드 구조로 전기추진을 일부 도입했다. 다만 이는 전기추진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는 과도기적 단계로 평가된다.

이러한 흐름은 차세대 함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차세대 구축함(KDDX)도 전기추진체계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차기 주력 함정이라면 전기추진체계 기반으로 갈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며 “개발이 완료되면 해당 함정을 기반으로 수출이 이뤄지는 만큼 해외 시장을 고려하면 전기추진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기추진체계는 기술적 난도가 높은 분야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추진체계는 단순히 발전기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전투 상황에서 전력을 어떻게 배분하고 다시 회복할지까지 포함하는 복합 시스템”이라며 “상당히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관련 핵심기술은 아직 롤스로이스와 제너럴일렉트릭 등 해외 업체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KDDX에 적용되는 통합전기추진체계 역시 일부 핵심기술을 해외 업체와의 기술협력 형태로 도입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환경 규제 흐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목표로 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민수 선박을 중심으로 전기·저탄소 추진 기술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함정은 규제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기술 흐름 자체에는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통합전기추진체계는 단순한 장비를 넘어 함정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저장하며, 필요할 때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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