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7일 정청래·장동혁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이번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포함된 소득 하위 70% 대상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둘러싼 야당의 비판에 대해 "현찰 나눠주기라고 하는 것은 조금 과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추경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중동 전쟁에 따른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재정 집행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 겸 오찬 회동에서 "지금 유류세 인상, 그로 인한 파생되는 물가 상승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로 인한 고통을 조금이라도 우리가 보전해 드려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재원 논란에 대해 "지금 편성된 예산의 재원이 어디서 빚을 내거나 또는 다른 데서 억지로 만들거나 국민들에게 증세를 하거나 해서 만든 게 아니고, 저희가 나름 작년 하반기에 정말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그를 통해서 경제가 일정 부분 회복이 되면서 예상보다 더 늘어난 세수를 활용한 것"이라며 "이 세수는 국민을 위해서 반드시 써야 되는 돈이다. 그 돈을 잘 쓰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저희가 보기에는 가장 중요한 건 국민들의 대외적 위기에 따른 피해를 조금이라도 보전해 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저의 고정적인 인식에 의하면 모든 국민께 다해 드리는 게 마땅하다, 그러면서도 약간은 차등을 할 수 있겠지만. 재원의 한계 때문에 국민의 30%는 실질적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또 세금은 솔직히 더 많이 내면서도 지원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상위 30%를 배제한 데 대한 아쉬움과 '형평성 논란'을 동시에 인정했다.
이어 "재원이 넉넉하면 당연히 모든 국민들께 동등한 기회를 또는 지원을 해 드려야 마땅한데 그러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며 "결코 이게 나눠주는 현금 포퓰리즘은 결코 아니다, 다 국민들이 정말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낸 세금이고, 그것은 공정하게 합리적으로 쓰여져야 될 돈인데,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지원 방식이다 이렇게 생각한 것이다. 그것은 정부의 의견이니까 역시 국회 차원에서 잘 논의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이 상당히 큰 위기에 처한 게 분명하다. 내부적 요인들은 많이 개선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외부적 요인 때문에 또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벌어진 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대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또 야당에서도 여당에서도 많이 배려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마뜩잖다거나 아니면 부족한 부분도 많이 있을 것이다. 제안을 해 주시면 저희도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 특히 외부 요인에 의해서 우리 공동체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는 내부적 단합이 정말로 중요하다"며 "우리가 통상적으로 얘기하는 것처럼 통합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 이럴 때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추경은 정말 중요하다는 점은 장 대표님도 말씀으로 인정하시는 것 같다"며 "다만 그 내용들이 좀 부적합한 게 있다, 이런 얘기신데 예산안은 정부의 의견이니까 심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토론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필요한 것들을 더 추가할 수도 있는 것이고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들은 또 삭감 조정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개헌 문제도 함께 거론됐다. 이번 개헌안에는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 민주항쟁의 민주 이념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국가의 지역 균형발전 의무를 지방자치의 장에 명시함과 동시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승인권을 도입하고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을 계엄해제권으로 격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향해 "순차적, 점진적 개헌이라는 측면에서 좀 긍정적으로 수용해 주시면 어떨까 싶다"며 "국민의힘의 도움이 없으면 개헌은 불가능하다. 진지하게 긍정적으로 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야당과의 소통 강화 의지도 재차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의견이 좀 다를 경우에는 사실 만나서 자주 얘기하는 게 좋다"며 "언제나 가급적이면 터놓고 얘기하자. 의견 합치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오해는 최소한 많이 줄일 수 있다. 제가 빈말로 사진만 찍고 선전하려고 그런 건 아니다. 자주 이렇게 만나 뵙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TBS 예산 추진 생각 없어…조작 기소 하루빨리 진실 찾아야"
정 대표는 전날 수원 못골시장 현장 방문한 일화를 언급했다. 그는 "고유가에 대한 피해지원금이 곧 풀릴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라, 그런데 그분들 얘기가 숨넘어가는 그런 얘기를 많이 하신다"며 "역시 지금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하고, 우리가 응급처치 때도 산소호흡기를 제때 대야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처럼 민생경제도 지금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가 늦어지면 그만큼 피해가 더 크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누차 말씀드렸다시피 역사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추경을 통과시키겠다, 이렇게 말씀을 여러 차례 드렸는데 우리 야당에서 협조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번 추경안에 포함된 TBS 예산에 대해 "당에서 '이번 추경의 성격에 TBS 예산은 맞지 않다'고 뜻을 모았다"며 "그 부분은 여야가 쉽게 합의할 수 있을 것 같다. 49억 정도 되는데 성격에 안 맞다고 생각해서 저희도 그것은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 중단을 요구한 것에 대해선 "인혁당 사건을 보면 얼마나 우리가 사법살인에 대한 피해와 상처가 깊고 긴가 생각한다. 국가공권력에 의한 국가 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 조작 기소는 범죄"라며 "국가가 저지른 범죄, 그것이 지금 다 드러나고 있지 않나. 그 피해자가 누구인들, 누구라도 관계없이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명명백백하게 거짓으로 증거 조작으로 기소된 것은 하루빨리 세상에 드러내고 진실을 찾아야 되겠다"고
장동혁 "피해지원금, 물가·환율에 악영향…부동산 시장 왜곡 규제 풀어야"
장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의 국정 기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이번 추경안에 담긴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대해 "국민 70%에게 현금을 나누어주는 방식이라면, 오히려 물가와 환율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잠깐의 기쁨으로 긴 고통을 사는 것이 될 수도 있다"며 "특히 우리 원화 가치가 주변국들에 비해서도 크게 하락했다. 그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나쁜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어준 방송으로 일컬어졌던 TBS를 지원하는 49억 원, 그리고 중국인 관광객 짐 날라주는 사업 등에 들어가는 306억 원, 아파트 베란다 태양광 사업 250억 원, 그리고 농지 투기 전수조사에 587억 원. 이런 예산들은 이번 전쟁추경의 목적에 전혀 맞지 않는 대표적인 사업들이라고 할 것"이라며 " 정작 기름값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는 화물차, 택배 등에 대한 지원은 빠져 있다.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농수축산업 지원도 턱없이 금액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에서는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예산을 삭감하는 대신 꼭 필요한 국민생존 7개 사업을 제안했다"며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것이 협치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고환율 상황을 언급하며 추경 이외에도 미국과의 달러 스와프 체결 등 보다 적극적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에서 강남 집값 내렸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강남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은 집값이 다 올랐다"며 "실제로 KB부동산 주택가격 동향자료를 보면 강남구는 0.16% 찔금 하락했지만 성북구는 2.72%, 동대문구는 2.58%, 관악구는 2.3% 올라서 비강남지역 아파트들은 오히려 상승폭이 컸다. 풍선효과가 경기도 인천까지 미쳐서 수도권 대부분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 가진 분들은 공시가격 급등에 보유세 인상 얘기까지 나오면서 지방선거 이후 닥쳐올 세금폭탄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재개발 재건축을 활성화하는 것처럼 공급 확대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과도한 규제는 풀어야 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와 관련해 "경제 챙기고 민생 살피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들 사이에서는 공소취소한다고 물가가 떨어지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제라도 대통령꼐서 국정운영의 기조를 전면적으로 바꿔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는 민주당 정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국민의힘 장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 등도 함께했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공식 회동은 지난해 9월 오찬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이번 회동은 중동 전쟁에 따른 대응을 위해 이 대통령이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