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물류 혼란이 국내 의료제품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의료용 소모품과 의약품 포장재의 공급 차질이 현실화 조짐을 보이면서 병원과 약국 등 의료계가 긴장 태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충돌 여파로 나프타·중유 등 석유화학 원료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의약품 포장재와 의료용 소모품 생산에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나프타는 PVC·플라스틱 약통, 수액제·주사제 용기, 약포지 등 각종 포장재의 핵심 소재로 쓰인다.
국내 제약 유통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변동과 해상운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납품업체가 물량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생산·포장 공정에 직접적인 차질은 아직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중동전쟁이 길어지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 쪽에선 이미 의료용 소모품 가격 인상설이 돌고 있다. 주사기·주삿바늘·위생장갑 등 일회용 소모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10~20% 수준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주사기·주삿바늘 공급업체에서 가격 조정 얘기가 이미 지난달부터 나왔다"라며 "업계에선 상반기 중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의약품 수급 불안은 병원뿐 아니라 일반 약국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약포지·롤지·투약병·플라스틱 약통 등 의약품 포장재 수급 부족이 우려된다. 일부 포장재 업체가 이미 지난 3월부터 물량을 부분적으로 조절하거나, 납품 일정을 늦추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종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포장재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당장 조제·포장이 어렵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일부 약국에서는 포장재를 미리 많이 쌓아두는 '사재기' 조짐도 나오고 있다.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최근 한두 달 사이 약포지·플라스틱 약통 주문이 평소 대비 늘고 있다"며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봤다.
정부는 의료제품·의약품 수급 불안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유통·가격·공급망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는 의약품·의료기기 수급 대응 매뉴얼을 재정비하고, 사재기 등 시장 교란 행위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관계부처는 의료용 소모품과 의약품 포장재의 수급 현황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공급 차질이 예상되는 품목에 대한 비축·대체 생산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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