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삼성전자가 단일 분기 영업이익 57조원을 돌파하며 역대급 실적의 새 역사를 썼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LG전자는 1조원대 회복에 그치며 전자업계의 ‘수익 구조 격차’가 선명해졌다. 단순한 실적 격차를 넘어 ‘사이클 수익’과 ‘구조 수익’이라는 본질적 차이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 삼성, 57조원…시장이 만든 수익 구조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57조2000억원 매출 133조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5% 증가했고 매출은 68% 늘며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직전 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두 배 이상 뛰어넘은 것은 물론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단 한 분기 만에 초과하는 수준이다.
이번 실적은 시장 전망치도 크게 웃돌았다. 증권가는 당초 영업이익을 50조원 안팎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수치는 이를 7조원 이상 상회했다. 시장 예상 자체가 상향 조정되는 상황에서도 이를 다시 뛰어넘은 점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로 평가된다.
실적 급등의 핵심은 반도체다. 인공지능(AI) 서버 확대와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했고 동시에 메모리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됐다. 삼성전자가 6세대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AI 반도체 공급망 내 영향력이 확대된 점도 실적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구조는 전형적인 ‘사이클 수익’ 모델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특성을 갖는다. 업황이 좋을 때는 단기간에 폭발적인 이익을 창출하지만 반대로 하락 국면에서는 실적이 급격히 위축되는 구조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실적은 과거에도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여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두고 “삼성은 시장이 벌어준 수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I라는 거대한 산업 변화와 메모리 공급 부족이라는 환경이 결합되며 기업이 가진 생산능력과 기술력이 극대화된 결과라는 의미다. 동시에 향후 업황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호황 의존형 구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 LG, 1조원대 회복…구조가 만든 수익 모델
LG전자는 같은 기간 매출 23조7330억원 영업이익 1조673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32.9% 늘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적자 흐름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 구간에 재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역시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영업이익 전망치 1조3819억원보다 약 3000억원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처럼 폭발적인 규모는 아니지만 기대치를 웃도는 ‘질적 개선’이 나타났다는 평가다.
LG전자 실적은 외부 시장 환경보다 내부 구조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삼성과 대비된다. 기존 생활가전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전장 사업과 기업간거래(B2B) 영역을 확대하며 수익원을 다변화한 전략이 성과로 이어졌다.
전장 사업은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경기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여기에 구독 서비스 온라인 판매 플랫폼 사업 등 반복 수익 모델이 확대되면서 수익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또한 미국 관세 정책에 대응해 생산지를 다변화하고 중남미 등으로 제조 거점을 분산한 전략도 비용 구조 개선에 기여했다. 이는 단순한 매출 증가가 아니라 원가 구조를 낮추는 방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냉난방공조(HVAC) 사업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일부 부담을 받으며 사업별 온도차도 나타났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흔들림보다 축적’에 가까운 실적 흐름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LG는 구조가 벌어준 수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단기간 급등하는 이익은 아니지만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며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이라는 의미다.
▲ 같은 전자업계 다른 길…‘사이클·구조’가 갈랐다
이번 1분기 실적은 단순한 규모 차이를 넘어 기업의 수익 창출 방식 자체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라는 글로벌 산업 사이클을 기반으로 폭발적인 수익을 만들어낸 반면 LG전자는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성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향후 실적 흐름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업황 상승기에는 압도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시장 변화에 따른 변동성 역시 클 수밖에 없다. 반면 LG전자는 급격한 실적 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두 기업의 차이는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버느냐’에 있다. 우리 사회가 AI 시대로 본격 접어들면서 반도체 공급망을 쥔 기업과 이를 활용해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기업 간의 격차는 벌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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