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현행 주파수 경매제를 ‘점수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주파수 할당 제도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사전 논의가 없었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중장기 주파수 제도 개편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주파수 대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할당 대가가 올라갈 경우 6G 등 차세대 이동통신 요금제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ISDI는 최근 ‘주파수 경매에서 네트워크 구축조건 도입 방식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기존 경매제 대신 가격과 망 구축 계획을 동시에 평가하는 ‘점수제’ 도입을 제안했다. 현재 주파수 할당은 정부가 사업자에게 공통적으로 일정 수준의 망 구축 의무를 제시하고, 이와 별도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업자가 낙찰받는 경매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면 점수제는 주파수 가격, 향후 망 투자 및 구축 계획 등을 사전에 점수화해 총점이 높은 사업자에게 주파수를 할당하는 구조다. 이 경우 가격이 다소 낮더라도 더 많은 망 투자와 서비스 확장을 제시한 사업자가 선정될 수 있다. 단순 가격 경쟁을 넘어 사회적 가치까지 반영한 자원 배분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사전에 공유받거나 검토한 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KISDI 연구가 정부 정책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당장 제도 변경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KISDI가 정부 국책연구기관이기는 하지만 모든 연구를 정부와 협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건은 KISDI 자체적으로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특성상 중장기 정책 방향을 탐색하는 성격이 강한 만큼, 향후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점수제 도입의 가장 큰 변수는 세수 영향이다. 주파수 경매는 정부 입장에서 대규모 세수 확보 수단이지만, 점수제로 전환할 경우 낙찰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과기정통부는 기획예산처나 재정경제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결국 제도 개편은 정부 재정 확보, 통신 인프라 투자 확대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및 장비 업계는 이번 KISDI 제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주파수 추가 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 부담을 낮춰 추가 할당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는 합리적”이라며 “다만 기획예산처 등 재정 당국과 협의가 필요해 실제 도입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사 역시 신중한 입장이지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트래픽 증가세 둔화와 투자 부담으로 인해 주파수 확보 여력이 과거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만약 주파수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추가 할당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주파수 신규 할당 방식은 단순한 사업자 선정 문제를 넘어 향후 통신 요금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동통신사는 주파수 확보에 투입한 비용을 장기적으로 회수해야 하는 만큼, 경매를 통해 높은 가격에 낙찰받을 경우 해당 비용이 요금 설계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5G 도입 초기에도 주파수 경매 대가와 설비 투자 비용이 맞물리며 요금 부담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점수제가 도입될 경우 주파수 확보 비용 부담 완화, 망 투자 확대 유도를 통해 향후 6G 등 차세대 서비스 요금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반면 정부 재정 수입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가격을 낮추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주파수는 결국 국민이 사용하는 공공 자원인 만큼, 가격 경쟁보다 서비스 품질과 투자 유인을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6G 시대에는 요금 부담과 직결되는 만큼 제도 논의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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