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들] '아이돌 장군'이 불편한 나라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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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들] '아이돌 장군'이 불편한 나라 중국

연합뉴스 2026-04-07 14:00: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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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사무라이, 프랑스 군인 '외모' 중시

中, 드라마 속 '파운데이션 장군' 규제 논란

기술 발전보다 개방성·다양성 여전히 정체

드라마속 화장한 장군이 어때서 드라마속 화장한 장군이 어때서

인기 중국 드라마 '옥을 찾아서'의 자 주인공 장링허. 사진제공 | 넷플릭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신라의 화랑은 화장을 했다. 768년 당나라 사관 고음(顧愔)이 사신으로 와 남긴 『신라국기』에는 "귀인 자제 가운데 아름다운 이를 뽑아 분을 바르고 곱게 단장해(傅粉粧飾) 화랑이라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신라 무사 집단의 화장이 단순한 미적 취향이 아니라 국가와 공동체가 요구한 규범과 품격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황산벌 전투에서 어린 화랑 관창이 적진에 돌진해 장렬히 전사한 이야기는, 군인의 외양 속에 담긴 기개와 용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일본의 무사, 사무라이도 미(美)를 중시했다. 피에 젖은 투구와 갑옷에 향을 배어들게 해 전장의 악취를 지우고 마음을 다스렸다. 전투가 끝나면 적의 수급(잘린 머리)을 씻기고 빗질한 뒤 화장까지 갖추는 의례도 있었다.

사무라이의 윤리와 도덕을 담은 책『하가쿠레(葉隠)』에는 "몰골이 흐트러진 채 죽으면 경멸당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외모를 단정히 해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사무라이의 규범이었다.

▷ 프랑스의 전사들도 외양을 가꾸고 단정함을 중시했다. 프랑스 왕정 시절 장교들은 머리에 흰 파우더를 뿌리고 가발을 쓰는 것으로 계급과 권위를 드러냈다.

나폴레옹 시대에는 근위대와 기병의 콧수염이 용맹과 군기의 상징이었다. 군인의 외모는 신분의 표식이었지만, 화장용 밀가루가 낭비의 상징으로 비치며 식량난에 시달리던 민중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 인기몰이 중인 중국 사극 『축옥: 옥을 찾아서』가 남자 주인공의 짙은 화장 때문에 논란이다. 아이돌처럼 분을 바른 배우 장링허를 두고 '파운데이션 장군'이라는 조롱이 쏟아지자 인민해방군은 "화장품을 바르는 장군은 남성성을 올바로 표현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예능 당국도 업계를 불러 "외모지상주의를 배격하라"며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여성스러운 남성 '냥파오(娘炮)'가 남성성과 사회 건전성을 해친다며 K팝 인기에 제동을 걸었던 중국이 이번엔 자국 드라마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모습이다.

▷ 화랑의 분장, 사무라이의 향, 프랑스 장교의 파우더는 각 시대가 요구한 전사의 얼굴이었다. 외양은 단순한 치장이 아니라 계급과 규율, 정신을 드러내는 장치였던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드라마 속 분장에까지 '군인다움'이라는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 미적 표현의 영역까지 국가 규율로 관리하려는 태도는 예술에 대해서도 자유보다 체제를 앞세우는 중국의 경직된 단면을 보여준다. 중국은 기술력에서 미국을 따라잡았다고 말하지만, 사회의 개방성과 다양성에선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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