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 장기화에 대응해 원유·나프타 추가 확보를 위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을 중동 산유국들에 특사로 파견한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7일 카자흐스탄·오만·사우디아라비아를 차례로 방문해 에너지 수급 협의를 할 예정이다. 정부는 원유, 나프타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물량 확보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강 비서실장은 이날 춘추관에서 김용범 정책실장과 함께 중동 상황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로 산업통상부 등 관계 부처와 국내 에너지 기업들과 함께 원유와 나프타 추가 확보와 관련된 협의를 위해 오늘 저녁 출국해 카자흐스탄, 오만, 사우디아라비아에 방문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우리 경제는 중동지역으로부터 도입되는 석유와 나프타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의존도가 높은 만큼 석유와 나프타 수급의 애로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우리 경제 특성상 중동 상황이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는 대체 공급선을 확보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의존도는 원유는 61%, 나프타는 54% 수준이다.
그러면서 "정부의 고위급 협의가 말잔치로 끝나지 않도록 실제 실제로 석유와 나프타 등을 구입하는 기업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유조선 및 석유제품 운반선이 국내 항구에 도착하기 전까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강 실장은 "군사적 충돌이 확대되고 장기화되는 상황에 대응해, 지난 3월 25일부터 청와대에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어제까지 총 세 차례 개최했다"며 "정부는 에너지 수급은 물론이고 석유제품, 의약품 등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핵심 품목들의 수급과 가격 안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는 중동 지역 상황이 거시경제 지표, 즉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도, "거시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상 상황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고 그 여파가 얼마나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현재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강 실장은 물가 안정 노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민생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국민 일상에 필수적인 품목의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며 "최근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의약품 및 의료제품 수급 불안 우려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액제, 포장재, 주사기 등을 제조하는 업체에 원료인 나프타, 플라스틱 수지 등을 우선 공급하고 매점매석, 사재기 등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사재기 방지 신고센터 운영, 도매업자 등에 대한 행정지도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외에도 요소수, 페인트, 종량제봉투 등 핵심 품목의 수급과 가격 동향을 실시간 신호등 시스템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이상 징후가 확인되면 유통 단계상 문제점은 없는지, 대체 공급선은 무엇인지, 신속한 수급을 위해 가능한 규제 완화 방안은 없는지 전방위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강 실장은 또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있는 한국국적 선박 26척에 대해서는 "탑승하고 있는 선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한다는 전제 하에 선사의 입장, 국제적 협력 구도 등을 고려하면서 안전하게 해협을 통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선원들의 안전에 대해 강 실장은 "26척 모두 2주 동안의 식량은 지금 다 비치 되어 있고 매일 점검하고 있다"며 "선원들 중 하선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공관들이 그분들의 승하선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은 정부의 노력을 믿고 정상적인 일상의 경제활동을 영위해 주기를 당부한다"며 "물론 어려운 에너지 수급 상황을 감안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에 적극 동참해 주시면 위기 상황이 보다 순조롭게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 상황에 편승해 국민들에게 불안을 유발하는 가짜 뉴스, 조작 정보 등의 유포 행위는 국가 시스템의 정상적인 작동을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위법이 확인된 경우에는 고발 등 엄정하게 조치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유와 나프타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강 실장은 "원유와 나프타의 시장 가격 자체가 올라갔고 당분간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추경을 통해 공급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정책실장도 "(나프타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공급업자에) 가격 보조를 50%까지 할 수 있는 예산이 약 4800억 반영돼있다"며 "추가적으로 정책금융도 있고, 여러 가지 세금 일부 유예나 중간에 피해 받는 업종들에 대해서 다른 정책수단을 가용해 피해를 분담해야 할 거 같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추경에 반영된 것으로 부족하면 목적 예비비로 커버해 보고 추가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청와대는 가격과 상관 없이 나프타 등 석유제품 물량 확보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 시점에서 제일 급한 것은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므로, 물량확보를 최우선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며 "가격이 높더라도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반 물가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유가나 화학제품 비중을 감안할 때 오를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며 "최고가격제나 여러 방법을 통해서 상승을 좀 억제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추경 가능성에 대해 김 실장은 "너무 앞서 나간 것"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홍익표 정무수석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동 전쟁 상황이 몇 개월 갈지 모르는 상황이며, 하반기에 추가적인 추경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고 2차 추경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김 실장은 "이번에 편성한 26조 원 내외의 추경을 신속하게 집행하는 것이 현재의 최우선 목표"라며 "전쟁에 따른 직접적인 충격 3개월, 공급망 등 간접적인 충격 6개월 정도를 상정하고 추경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의 상황은 추경을 충실히 집행한 뒤에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이번 추경의 규모 증액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강 실장은 "이번 추경 중 1조 원은 국채를 상환하는 데 쓰는 것으로 돼 있다"며 "빚을 갚아나가는 것이 포함된 예산안인데, (추경 규모를) 더 늘리면 빚을 내야 하는 것이라 경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강 실장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 유감 표명과 관련 대북특사설 등이 제기되는 데 대해 "다 사실무근이며 그런 준비도, 기획도 하지 않았다. 수사 결과를 보고 받고 '이런 일이 있으면 되겠느냐'고 생각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남북 신뢰 회복과 군사적 긴장 완화 필요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날 김여정 조선노동당 총무부장이 이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긍정 평가하는 담화를 낸 데 대해서는 강 실장은 "평가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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