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의 자율운항 자회사 아비커스가 국제 인증을 기반으로 기술 상용화 단계에 본격 진입하면서, 조선·해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앞당기는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노르웨이선급(DNV)으로부터 자율운항 시스템 '하이나스 컨트롤'의 형식승인을 획득한 이번 성과는 단순한 기술 인증을 넘어, 자율운항 선박이 실제 시장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상용 솔루션'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범용 적용이 가능한 양산형 시스템이 국제 공인을 받은 사례라는 점에서, 기술 경쟁을 넘어 '표준 경쟁'의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승인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은 자율운항 기술의 핵심 기능인 인지·판단·제어가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검증됐다는 점이다. 주변 선박과 장애물을 스스로 식별하고, 운항 상황을 분석해 충돌을 회피하는 기능이 실제 운항 환경을 전제로 평가를 통과했다는 것은 기술 완성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특히 야간이나 악천후 등 현실적 변수까지 고려한 검증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단순 실험 단계를 넘어 '현장 적용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로 해석된다.
형식승인의 또 다른 핵심 가치는 '확장성'이다. 특정 프로젝트에 한정된 기술이 아니라 다양한 선박에 적용 가능한 범용 시스템으로 인증을 받으면서, 별도의 추가 검증 없이 설치가 가능해졌다. 이는 선주 입장에서 도입 장벽을 크게 낮추는 요소로 작용하며, 실제 수주 확대와 시장 확산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미 수백 척 규모의 수주 실적을 확보한 상황에서 이번 인증은 기술 신뢰도를 높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채택 가능성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더 큰 의미는 '표준 선점 가능성'이다. 현재 자율운항 선박에 대한 국제 기준은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며, 국제해사기구(IMO) 역시 관련 코드 마련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비커스와 노르웨이선급이 공동으로 구축한 검증 체계와 평가 기준은 향후 국제 표준 논의의 참고 모델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보유하는 수준을 넘어, 시장의 규칙을 설계하는 주체로 올라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율운항 분야에서 '기술 리더십'이 '규제 리더십'으로 확장될 수 있는 지점이다.
HD현대 그룹 차원에서도 이번 성과는 전략적 의미가 크다. 조선업이 전통적으로 '수주 경쟁' 중심 산업이었다면, 자율운항 기술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다. 특히 그룹 내 조선 계열사와의 연계를 통해 건조 단계에서부터 자율운항 시스템을 기본 사양으로 탑재하는 구조를 구축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통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 기자재 공급을 넘어, 장기적으로 유지·보수·데이터 서비스까지 확장 가능한 플랫폼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결국 이번 형식승인은 자율운항 기술이 개념 검증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상용화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동시에 글로벌 해운 산업이 인력 의존 구조에서 자동화·지능화 체계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HD현대가 선도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향후 관건은 실제 운항 데이터 축적과 추가 규제 정비 과정에서의 대응력이다. 그러나 현재 흐름만 놓고 보면, 아비커스는 기술·표준·시장 세 축에서 동시에 영향력을 확대하며 자율운항 시대의 주도권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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