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손 보태면 오히려 무죄…법 기술 앞세운 면죄부"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자신의 휴대전화를 파손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 대한 1심 무죄 선고에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항소했다.
특검팀은 7일 이 전 대표의 증거인멸교사 혐의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이현경 부장판사)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2일 선고공판에서 휴대전화 파손·폐기를 이행한 지인 차모 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면서도 이 전 대표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파손 행위를 공동으로 한 점에 비춰 이 전 대표는 교사범이 아닌 공동정범으로 봐야 하고, 자신의 이익이 되는 증거인멸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증거인멸죄를 규정한 형법 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증거를 인멸했다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특검팀은 "이 같은 논리가 확정된다면 앞으로 증거를 인멸하려는 자들에게 '누군가에게 시키기만 하면 교사죄가 되지만, 직접 손을 보태면 오히려 무죄가 된다'는 황당한 범행의 지침을 제공하는 결과가 된다"고 항소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 보편적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것으로 법 기술을 앞세운 면죄부에 불과하다"며 "이번 판결이 법과 상식의 괴리를 심화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선례로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항소해 다툴 예정"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15일 서울 서초구 잠원한강공원에서 차씨에게 휴대전화 파손·폐기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대표가 먼저 휴대전화를 땅바닥에 던졌고, 이를 차씨에게 건네 발로 짓밟게 한 뒤 한강공원 휴지통에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에 관여했는지 살펴보던 중이었다.
지난해 11월 특검팀은 이 전 대표와 차씨에 대해 각각 벌금 500만원과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고, 재판부가 정식 재판에 회부를 결정해 심리가 이뤄졌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차씨 측도 지난 3일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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