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핵심 공적 금융기관들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사업에 수십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면서도, '선박은 이동하는 자산'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환경 및 인권 보호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내 기후싱크탱크 기후솔루션은 7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 위치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국내연락사무소(NCP)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수출입은행(수은), 한국산업은행(산은),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등 3개 기관을 상대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이 이날 발간한 ‘LNG 운반선의 환경 및 사회적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LNG 운반선의 79%를 건조하는 한국의 주요 금융기관들은 해당 사업이 ‘특정 프로젝트 위치’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필수적인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배제해 왔다.
수은 등은 환경사회권고안상의 실사 대상을 ‘특정 위치의 고정 시설’로 한정해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솔루션은 "권고안이 실사 대상을 ‘자본재’와 ‘목적하는 장소’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LNG 운반선이라는 자본재가 운용되는 해역과 사업 전반을 살피는 것이 마땅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번 제소의 근거가 된 ‘OECD 다국적기업 기업경영책임 가이드라인’은 실사 범위를 특정 위치로 제한하지 않고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실사를 명시하고 있어, 국내 금융기관들이 좁은 해석 뒤에 숨어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LNG 운반선 자체가 유발하는 환경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선박 건조 과정의 탄소 배출은 물론, 운항 중 미연소 메탄이 배출되는 ‘메탄 슬립(Methane Slip)’ 현상이 문제로 꼽힌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단기 온실효과가 최대 80배 강력해, 단 2~3%의 유출만으로도 가스 전환을 통한 탄소 절감 효과를 완전히 상쇄한다. 실제 2021년 기준 해운 부문 메탄 배출량의 82%가 LNG 운반선에서 발생했다.
생태계 파괴 역시 심각하다. 대형 LNG 선박의 저주파 수중 소음은 고래 등 해양 포유류의 생존을 위협하며, 평형수 배출을 통한 외래종 유입은 토착 생태계를 붕괴시킨다. 운항 중인 평형수 처리 장치의 최대 30%가 국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NG 운반선의 주요 항로에 위치한 지역 사회의 고통도 전해졌다. ‘바다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필리핀 베르데 섬 해협 인근 주민들은 선박 배출가스로 인한 호흡기 질환 급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미국 루이지애나와 걸프만 지역 주민들은 항적파로 인한 강둑 침식과 어획량 감소, 암 발생률 증가 등 가혹한 환경적·재무적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미국 ‘브라조리아 카운티 기후 대화’의 설립자 그웬 존스는 "금융 지원 전 제대로 된 실사가 생략되면서 우리 공동체는 지역 문화가 말살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며 한국 공적 금융기관의 책임 방기를 비판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국내 공적 금융기관의 LNG 운반선 지원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회 차규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수은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LNG 운반선 분야에만 총 41.3조원을 지원했으며, 산은과 무보 등을 포함한 5개 기관의 전체 지원액은 약 58.8조원에 달한다.
기후솔루션 하정민 변호사는 “피신청인들은 사업이 초래할 인권 침해 예방과 실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한국 NCP 절차를 통해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다원 가스팀 연구원 역시 “포괄적인 환경·인권 실사 프레임워크가 마련될 때까지 LNG 운반선에 대한 신규 공공 자금 조달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