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소노의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6강행은 흔히 말하는 ‘벚꽃 엔딩’과는 결이 다르다.
짧게 피고 사라지는 반짝 성과가 아니라 손창환 감독이 시즌 내내 밀어붙인 ‘신뢰 기반 시스템’이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손 감독은 “전술을 아무리 많이 준비해도 선수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한 기준이 존재했다.
모든 선수가 슈팅뿐 아니라 돌파로 수비를 흔든 뒤, 빈 동료에게 공을 내주는 플레이(드라이브 앤 킥)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특정 역할에만 묶어두기보다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반복 훈련으로 익히게 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는 단기간에 완성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다. 손 감독 역시 “아직 70~80% 수준,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선을 그었다.
초반 시행착오도 있었다. 전지훈련에서 확인했던 가능성은 시즌 개막과 함께 무너졌다. 주축 선수들이 합류하자 오히려 조직력은 어긋났고, 시스템은 다시 원점에서 재정립됐다. 손 감독은 이를 “구구단을 처음부터 다시 외우는 과정”에 비유했다.
1라운드에서 하나씩 맞아들어가기 시작한 시스템은 라운드를 거치며 점차 완성도를 높였고, 그 축적이 결국 6강행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신뢰’는 방임이 아니었다. 손 감독은 프로 선수로서의 기본, 즉 자기관리와 책임감을 강하게 요구했다.
팀이 만들어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준비된 상태로 팀에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주장 정희재를 중심으로 형성된 팀 문화 역시 이러한 기조를 뒷받침했다.
결국 손창환식 신뢰란 자율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성장하도록 밀어붙이는 방식에 가깝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방향성은 변하지 않는다. 손 감독은 “여기서 틀을 바꿀 수는 없다. 혼선만 생긴다”며 기본 시스템 유지를 분명히 했다. 다만 상대에 따라 단발성 패턴을 가미하는 유연성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변수는 체력이다. 주축 선수 대부분이 부상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팀은 “너덜너덜한 상태”에 가깝다. 그럼에도 손 감독은 “남은 전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현실적 운영을 예고했다.
결국 고양 소노의 ‘손창환 매직’은 기적이 아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을 끝까지 밀어붙인 시간의 결과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답은 같다. 흔들리지 않는 구조가 또 한 번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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