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 Soo Kyung
제형 경쟁이 심화될수록 결과의 차이는 도포 구조에서 나타난다. 같은 파운데이션이라도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발리는 두께와 광의 확산, 모공 정돈 정도, 지속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툴랩을 단순히 툴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닌 제형과 도구를 아우르는 종합 브랜드로 정의하게 됐다.
#THE TOOL LAB #ORIGINAL ONLY #K-TOOL #TOOLIST
더툴랩을 론칭하기 전, 25년간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애플리케이터를 개발했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나? 2014년 무렵 SK-II의 크림 인 파운데이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당시 파운데이션 제형은 스킨케어 성분이 풍부한 고기능 포뮬러였지만, 점도가 높아 쿠션 구조 안에서 균일하게 구현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었다. 때문에 기존 퍼프로는 얼굴에 바를 때 두께가 고르게 분산되지 않고 밀리거나 모공에 끼는 문제가 빈번했다. 이런 경우 보통은 제형을 조정하는 방향을 우선 검토하지만, 나는 제형의 장점을 유지한 채 바르는 도구의 구조를 바꾸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무렵 P&G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인 ‘플러그 인(Plug Inn)’을 통해 쿠션 파운데이션 전용 브러시 설계를 제안할 기회를 얻었다. 당시 퍼프가 표준이던 시장에서 브러시를 결합하는 방식은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였다. 여러 비교 테스트를 한 결과 피부 표면의 균일도와 도포 두께 등에서 분명한 차이가 확인됐고, 이후 글로벌 론칭으로 이어졌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더툴랩 브랜드 철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제형의 혁신은 결코 단독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도구가 그 잠재력을 구현하는 특별한 요소라는 걸 깨달았다. 더툴랩이 툴과 제형을 함께 설계하는 브랜드로 출발하게 된 배경에도 그 생각이 큰 영향을 미쳤다.
K-뷰티 산업은 스킨케어와 색조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어쩌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않던 ‘툴’이라는 영역에 집중한 이유가 있나? 툴 시장을 불모지라기보다 아직 체계화되지 않은 영역으로 보았다. 다양한 브랜드의 애플리케이터를 설계하며 확인한 사실은 제형 경쟁이 심화될수록 결과의 차이는 도포 구조에서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브랜드 내부 R&D 단계에서는 양 조절이나 압 분산 구조, 피부 곡률 설계 같은 요소를 정교하게 관리하지만, 시장에서는 툴이 여전히 구성품처럼 인식되는 간극이 존재했다. 같은 파운데이션이라도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발리는 두께와 광의 확산, 모공 정돈 정도, 지속력이 달라진다. 그래서 더툴랩을 단순히 툴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닌 제형과 도구를 아우르는 종합 브랜드로 정의하게 됐다.
안정된 보금자리를 떠나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시작한 계기는? 메이크업 완성도에 있어 애플리케이터가 매우 중요한 자산임에도, 소비자에게 그 가치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브랜드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고민한 것도 ‘전문가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도구의 가치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할 것인가’였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압이나 힘을 세밀하게 조절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런 과정을 의식하며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문가의 테크닉을 전제로 한 제품이 아닌 누구나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에 집중했다. 소비자에게 ‘펴 바르고 두드리는’ 제스처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복잡한 기술을 요구하기보다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피부 표현이 안정적으로 완성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더툴랩의 슬로건 ‘Original Only’가 의미하는 바가 궁금하다. 뷰티 산업의 속도는 매우 빠르다. 특정 트렌드가 형성되면 유사 제품이 빠르게 확산되고, 카테고리는 짧은 주기로 재편된다. 이 흐름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다만 제품을 개발할 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이 제품이 ‘우리만의 설계인가’이다. 형태가 새로운 것보다 중요한 건 ‘결과를 바꾸는 구조가 새로운가’이다. Original Only는 시장의 흐름이나 유행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 출발점을 내부 기준에 두겠다는 약속이다.
더툴랩은 제형이 실제 피부 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설계하는 브랜드다. K-뷰티가 제형 경쟁을 통해 성장했다면 더툴랩은 그 결과를 완성하는 단계에 집중한다.
그렇다면 더툴랩이 정의하는 ‘툴리스트(toolist)’는 어떤 존재인가? 단순히 도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결과를 만드는 사람을 의미한다. 뷰티 시장은 감각과 트렌드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더툴랩의 제품들은 검증을 통해 인정받아야 한다. 소재를 선택할 때도 물성에 관한 데이터와 반복 사용을 통해 안정성을 먼저 확인한다. 제품 역시 비교 테스트를 거쳐 결과의 차이를 분명히 제시할 수 있을 때만 출시한다.
설계의 차이가 퍼포먼스의 차이로 이어진다고 누차 강조해왔다. 겉으로 보면 모든 툴이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피부 위에 나타나는 결과는 뚜렷하게 다르다. 우리는 그 보이지 않는 차이를 생각한다. 브러시를 예로 들면 모 길이와 커팅 각도, 밀도에 따라 피부에 전달되는 압력이 달라지고, 그 결과 도포 두께와 표현의 균일성이 결정된다. 퍼프 역시 제형을 빨아들이고 방출하는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도포 과정에서 압이 어떻게 분산되는지를 테스트하며 최적값을 찾아낸다. 결국 소비자가 느끼는 차이는 감각적인 인상보다 정확한 구조에서 당연스레 드러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베이스 메이크업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초밀착 듀오와 스탬프 스킨핏 쿠션은 기존 쿠션 문법과 다른 접근으로 주목을 끌었다. 어떤 관찰에서 출발한 시도인가? 일반적으로 쿠션 파운데이션을 바를 때 커버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반복적으로 두드리곤 하는데, 이는 메이크업이 두꺼워지거나 뭉치는 원인이 된다. 초밀착 듀오는 ‘브러시’와 ‘퍼프’라는 두 도구를 하나의 도포 시스템으로 결합한 결과다. 먼저 베이스를 브러시로 얇고 균일하게 펴 바르고, 퍼프를 이용해 2차로 밀착시킨다. 그러면 두께는 얇게 유지하면서 밀착력은 압도적으로 높일 수 있다. 스탬프 스킨핏 쿠션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도구 하나로 도포와 밀착을 겸하기보다 단계를 분리해 도포량을 먼저 설계하고 이후 밀착력을 높였다. 초기에는 시장에서 이런 방식이 다소 낯설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비교하며 사용하는 횟수가 쌓일수록 긍정적인 피드백이 이어졌고, 소비자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K-툴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K-뷰티는 빠른 제품 개발과 트렌드 대응 능력으로 성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디테일에 대한 집요함이 존재한다. 툴은 그 디테일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이다. 국내 소비자는 이미 다양한 도포 방식에 익숙해 결과 차이를 인식하는 감각이 빠르고, 해외 소비자는 처음에는 사용 방식을 낯설어하지만 한 번 경험하면 그 차이를 분명하게 인지한다. 실제로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피부 표현의 정교함에 대한 반응이 빨랐고, 미국 시장에서는 위생과 구조적 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났다. 더툴랩은 스킨케어나 전통적 색조 브랜드라기보다 제형이 실제 피부 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설계하는 브랜드다. K-뷰티가 제형 경쟁을 통해 성장했다면 더툴랩은 그 결과를 완성하는 단계에 집중하고자 한다. 트렌드를 만드는 브랜드가 되기보다 결과를 정교하게 구현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고 싶다.
K-툴을 선도하는 지금,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툴을 만드는 방향보다 정밀도와 시스템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툴랩은 현재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확보한 인지도를 기반으로 미국과 중동 시장으로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목표는 툴의 도포 설계를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툴을 잘 만드는 브랜드를 넘어 메이크업 결과를 설계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한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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