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7일 청와대에서 회동을 갖는다. 이 대통령은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중동 전쟁발 민생·경제 충격과 개헌 현안을 한꺼번에 논의하는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을 연다.
이 대통령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청와대에서 만나는 것은 지난해 9월 8일 이후 7개월여 만으로 중동발 위기가 본격화한 뒤 여야가 한자리에 모이는 첫 회동이다. 이날 회동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해 진행된다. 여당에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가, 야당에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참석한다.
정부 측에선 김민석 국무총리가, 청와대에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익표 정무수석 등이 배석해 민생·경제 전반을 놓고 폭넓게 논의할 계획이다. 별도 의제를 사전에 한정하지 않은 만큼 중동 전쟁발 민생 충격 대응책과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 각종 민생 입법 과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전쟁 추경’의 신속한 국회 처리를 야당에 강하게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와 물가 불안, 공급망 교란 등 국가적 위기 징후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청와대는 앞서 “중동 전쟁에 따른 경제 상황이 주로 다뤄질 것”이라며, 고유가 피해 지원과 취약계층 보호, 경기 방어를 위한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거듭 강조해왔다.
개헌 문제도 이날 회동에서 비중 있게 거론될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 공고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에는 헌법 제명을 한글화하고 부마 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계엄 선포 시 국회의 승인권을 도입하고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을 계엄해제권으로 강화해 계엄권 남용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국가의 지역 간 격차 해소와 균형발전 의무를 명문화해 지방자치와 지역균형발전의 헌법적 근거를 강화하는 조항도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 “이번만큼은 가능한 수준이라도 개헌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의 헌법 전문 반영은 여야 간 이견이 없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수차례 명시적으로 찬성해온 사안이라는 점을 거듭 상기시키고 있다.
계엄 요건 강화 역시 국민의힘이 과거 계엄 문제에 대해 반성의 뜻을 표한 바 있는 만큼 다시 국정 문란이 반복되지 않게 하자는 취지에 여야가 반대할 명분이 크지 않다는 논리다. 지방자치 강화와 지역균형발전 의무 명시는 이해관계 충돌이 적은 만큼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합의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자는 게 이 대통령 구상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날 여야정 회동이 의례적인 만남이 아니라 중동 전쟁발 위기 국면 극복을 위한 국가적 총력 대응 체제의 분기점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동 전선은 7일 밤(현지시간 기준) 미국과 이란 전쟁의 확전과 휴전을 가르는 중대한 변곡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확전이나 조기 봉합과는 무관하게 한국 경제와 안보를 둘러싼 국가적 위기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 중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진단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서 한국의 지원 거부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여러차례 토로해 향후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에 조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외교 갈등이 아니라 한미동맹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필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미국이 이를 계기로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 재조정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의 협력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공세에 대응도 하기 전에 국론이 분열되면 우리로서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민감한 외교안보 문제까지도 이번 청와대 여야대표 회담에서 반드시 의제로 다뤄 기본적인 협력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의 한 보좌관은 이에 대해 “미국 입장에서는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면서 전략적 사안에서는 거리를 두는 동맹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전작권 환수 논의와 맞물릴 경우 주한미군의 성격이 한반도 방위에서 역내 전략 자산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생길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경우 한국은 안보 자율성 확대와 동시에 방위 책임 증가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에너지 공급 문제도 이번 기회에 국가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가 석유 의존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느끼고 있다. 그나마 중국은 이번 국제적 위기에서 오히려 수혜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석유를 들여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인 데다 심지어 위안화 결제가 늘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점차 향해가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와 가스 수입국이다. 석유 소비의 4분의 3을 수입에 의존한다. 하지만 석유 비축을 늘리는 동시에 재생 에너지 비율을 계속 늘렸다.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이 중국의 에너지 자립 속도를 더욱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 본다. 한국이 반면교사를 삼아야 할 지점이다.
다행히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거듭 에너지 전환을 강조하고 있어 향후 국가 에너지 계획 수립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한 에너지 위기에 대해 “잠이 안 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더 빠르게 재생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렇게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 외교안보 환경 변화, 에너지 전환과 공급망 재편 등의 국가 중대사가 산적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청와대 여야 대표 회동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상당히 중요한 만남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재정 운용 원칙, 계엄 통제와 민주주의 안전장치, 지역균형발전 등 중장기 과제가 한꺼번에 중첩된 상황에서 여야가 이번 회담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현실적인 타결점을 찾지 못할 경우 국정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처럼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 외교·안보 환경의 변화와 에너지 전환, 공급망 재편 등 국가 중대 현안이 한꺼번에 겹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청와대 여야 대표 회동은 그 자체로 한국의 생존 전략을 가다듬는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재정 운용 원칙과 계엄 통제, 민주주의 안전장치, 지역균형발전 등 중장기 과제가 포개진 만큼 여야가 이번 회담에서 최소한의 공동 대응 원칙과 현실적인 타결점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오늘 회동이 ‘국가적 위기 관리’의 출발점이 아니라 또 한 번의 말잔치로 기록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리고 그 무과실의 결과는 오롯이 국민 피해로 직접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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