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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큐레이션

노블레스 2026-04-07 10: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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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한국문화원이 선보인 디지털 전시에서 소개된 금관총 금관 장식품 ’곡옥‘. © National Museum of Korea

인공지능(AI)은 이제 예술 창작을 넘어 전시 기획과 박물관 운영 방식까지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다. 올해 4월 런던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열리는 영국 미술사학회에서는 ‘AI로 큐레이팅: 위험과 기회’라는 세션을 통해 이러한 흐름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AI가 미술사 연구와 박물관 실천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다각도로 탐색하는 자리다.
이미 여러 문화 기관에서 AI 큐레이션을 둘러싼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리버풀 비엔날레와 휘트니 미술관에서는 ‘자기 학습 인간–기계 시스템’이 전시를 기획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2023년 헬싱키 아트 비엔날레에서는 기계 큐레이션과 관객 참여를 결합한 전시가 주목받았다. 2024년 미국 내셔널 갤러리는 챗GPT를 활용해 전시 구성을 시도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몇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AI가 전시 서사를 구성할 때 박물관은 기존의 서구 중심 미술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연결을 제시할 수 있을까. 기술을 통해 더 다양한 관객을 끌어들이며 문화 경험의 문턱을 낮출 수 있을까. 반대로, 큐레이션을 기계에 맡기는 일이 박물관 실천의 사회적 성격을 약화시킬 위험은 없는가. 필자는 이번 세션에서 ‘테크노 문화유산과 큐레이터 일’이라는 개념을 제안할 예정이다. 2025년 여름, 주영한국문화원의 디지털 전시에서 대형 언어 모델을 활용해 한국 문화유산을 세계 관객에게 번역하고 인간 큐레이터의 맥락적 지식으로 이를 보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확인한 것은 분명하다. 깊은 문화적 이해를 지닌 큐레이터와 함께할 때 AI는 인간의 판단을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창의적 사고를 확장하는 협력자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연구자 세레나 이에르볼리노와 알래스데어 밀른은 AI 기반 예술을 전시할 때 박물관 조직 자체가 변화를 겪게 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AI가 창작 과정에 참여하는 작품은 저작권 개념을 분산시키고, 데이터 기반 제작 방식을 요구한다. 이러한 작품을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서는 기술 인프라와 학제 간 협력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큐레이터의 역할 역시 새롭게 정의된다. 또 두바이의 연구자 찬디 제스와니는 AI 큐레이션을 윤리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알고리즘은 미적 판단을 데이터 패턴으로 환원하며 새로운 ‘가시성의 체계’를 만들어낸다. 겉보기에는 민주적 시스템 같지만, 실제로는 서구 중심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기존의 역사적 배제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 동시에 알고리즘 뒤에는 데이터 정리와 콘텐츠 관리 등 보이지 않는 인간 노동이 존재한다. 한편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교의 지젤 베이겔만 연구팀은 ‘Meta-Acervos’라는 메타 컬렉션 시스템을 제안했다. 17개 브라질 박물관의 약 4000점의 데이터를 AI로 재구성해 새로운 시각적·의미적 연결을 탐색하는 프로젝트다. 이는 기존 미술사 데이터베이스의 정전적 분류를 넘어서는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AI가 현대미술이나 주변화된 역사 서사를 해석하는 데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도 드러낸다.
결국 AI 큐레이션은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을 넘어 새로운 협력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기술은 박물관의 역할을 약화시키기보다 우리가 예술을 해석하고 공유하는 방식을 다시금 질문하게 만든다. AI 시대의 큐레이션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상상력과 책임의 문제다. 미래의 박물관은 이 두 요소가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이전과 다른 방식의 전시를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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