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3%대로 내려앉으며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모양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중동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고금리라는 ‘폭발성 변수’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부실 사업장 정리로 지표는 개선됐으나,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현장의 갈등이 깊어지며 PF 시장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착시’에 가려진 연체율 하락…신규 대출 중단이 만든 지표 개선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3.88%로 전 분기보다 0.36%포인트 하락했다. 2025년 6월 4.39%를 정점으로 9월 4.24%에 이어 꾸준한 내림세다. 이는 당국이 유의(C)·부실우려(D) 등급 사업장 약 18조5000억원 규모를 강도 높게 재구조화한 결과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정상화의 신호’로 해석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체율 하락은 사업이 잘 풀려서가 아니라, 금융당국의 규제로 신규 대출 자체가 막히며 분모가 줄어든 ‘구조적 착시’에 가깝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재비 상승으로 공사를 마치지 못해 발생한 연체가 여전하다”며 “당국이 건전성 확보를 위해 부실 사업장 매각에 집중해 온 만큼, 향후에는 실질적인 사업 정상화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중동발 원가 상승 습격…공사 중단·분양 지연 ‘도미노’ 우려
문제는 대외 변수다. 중동 분쟁 여파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송파구 마천4구역 등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증액 갈등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공사비 분쟁은 공기 연장과 분양 지연으로 이어진다. 이는 곧 건설사의 자금 회수 차질을 의미하며, 결국 PF 상환 구조 전체를 흔드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자금 동원력이 취약한 중소 건설사는 상승분을 감당하지 못해 고사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익 구조를 직접 타격하고 있다”며 “이미 공사를 시작했거나 착공을 앞둔 현장에서 사업 중단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74조 익스포저 여전…‘버티기’ 대신 ‘선별’ 집중해야
현재 금융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174조3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금리 인상 압박까지 더해지면 잠잠했던 부실 위험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건설현장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4~5월 공사 차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건설사가 단순히 ‘시간 벌기’식 전략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우량 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선별적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내년부터 PF 자기자본 비율이 단계적으로 상향되면 과도한 레버리지는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진입 장벽이 높아져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한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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