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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영통신(IRNA)은 6일(현지시간) 이란이 45일간 일시 정전을 골자로 한 미국 측 제안을 거부하고,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10개 항목의 역제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일시적 정전이 아닌 항구적 전쟁 종결을 요구하며, 지역 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안전 항행 의정서 수립, 전후 복구 지원, 제재 해제 등을 핵심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게이는 “우리는 전쟁의 종결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제안을 “과도하고 비논리적”이라고 일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역제안에 대해 “중대한 제안이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동부시각으로 7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를 교섭 마감시한으로 설정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전역의 발전소와 교량을 파괴하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아울러 “이란 전체를 하룻밤 만에 끝낼 수 있고, 그날 밤이 내일 밤이 될 수도 있다”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정전 중재에 나선 파키스탄은 2단계 협상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1단계에서 합의하면 즉시 정전과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이후 15~20일간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와 제재 해제를 포함하는 항구적 합의를 협상하는 구조다.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은 미국 측 JD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이란 측 아라크치 외무장관과 밤새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최대 협상 카드인 호르무즈 해협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란 당국자들은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부과하는 통항료를 군사 충돌로 입은 피해에 대한 ‘배상금’으로 충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선박 국적에 따라 5단계로 분류한 요금 체계를 운용하며, 유조선의 경우 원유 1배럴당 약 1달러를 위안화 또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징수하고 있다. 1회 통항시 최대 200만달러(약 30억원)를 요구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이란의 반관영매체인 파르스통신은 이날 이란이 지난 24시간 동안 15척의 선박에 해협 통과를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와 말레이시아, 인도 등의 선박 통항이 허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는 전쟁 이전 하루 평균 138척에 비하면 여전히 극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우호국에만 통항을 허용하고 나머지를 차단하는 이란의 선별적 통항 허용은 국제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38조는 국제해협에서 모든 선박의 ‘통과통항권’을 보장하고 있어 어떤 국가도 이를 정지시킬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란은 해당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지만, 미국·유럽·일본 등은 이를 근거로 해협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영국 주도로 40여개국이 화상회의를 열어 이란의 통항료 부과에 반대하는 공동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 석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과 호르무즈 해협 내 군사 거점 라라크섬 등의 점령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며칠 사이 5000명 이상의 해병대원과 특수부대가 역내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들 섬을 점령하려면 미국도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 이란 본토에 가까워 드론·미사일 위협에 노출되기 쉬운 만큼 미국 측 역시 상당한 희생이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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