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지원까지 등에 업고 올해 처음 국세체납관리단이 도입되지만, 이것만으로 체납징수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기엔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체납관리단의 전면적인 실태조사 후에도 지속적인 제도 개선·인력 보충으로 고강도 체납관리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최근 2년 연달아 100조원대를 기록하고 지난해 국가채무가 1300조원을 첫 돌파한 ‘재정 비상 사태’에서 돌파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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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수 명 세무서직원이 체납자 1만명 관리
체납관리 강화는 정부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들었던 화두다. 특히 박근혜정부 당시 세수난에 ‘증세 없는 복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국세청의 체납징수 책무가 더욱 막중해졌다. 이후에도 필요한 복지 재원 증가에도 저조한 경제성장률에 세수 증가분이 이를 떠받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며 체납징수의 필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114조원이 넘는 체납액 중 30%만 걷어도 올해 추가경정예산안(26조 2000억원)을 충당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체납과의 전쟁’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시절 정부의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와 지원금으로 버티던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면서 2024년 폐업한 개인사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세금 낼 여력이 없는 이들이 상당한 것이 이유 중 하나다.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체납은 경기가 악화되면 덩달아 늘어난다”고 했다.
고의적 체납자의 재산은닉 수법 역시 고도화하고 있다. 국내 체류 기간을 6개월 미만으로 유지해 과세 대상인 ‘국내거주자’ 요건을 피해가거나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세우고 주식 명의신탁으로 실소유주를 가리는 수법 등은 고전에 가깝다. 국내 거래소와 달리 인적 사항 공유가 미비한 해외 거래소로 가상자산을 보내 은닉하거나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USB 형태의 개인 지갑(콜드 월렛)에 담아 숨기기도 한다.
체납을 관리할 인력도 태부족한 실정이다. 2025년 말 기준 체납자는 133만명이 넘는데, 이들을 담당하는 전국 세무서가 133곳이다. 세무서 1곳당 1만명 넘는 체납자를, 평균 십수 명의 직원들이 모두 관리해야 하는 구조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행정비용을 고려하면 모든 체납자를 챙기기보단 고액체납자 중심으로 징수활동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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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액체납자 명단, 타격감 줄어”
체납자를 압박하기 위한 제도변화도 꾸준히 이어졌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린다. 대표적인 것이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 제도로, 2004년 첫 도입 당시 체납 발생일로부터 2년이 지난 10억원 이상의 체납자 공개를 시작으로 이후 체납액 기준이 꾸준히 낮아져 현재는 2억원 이상 체납자들을 공개한다. 2020년부터는 △국세 체납액 2억원 이상 △체납발생일로부터 1년 경과 △최근 1년간 체납횟수 3회 이상인 체납자는 유치장 등에 가두는 감치제도도 시행 중이다.
고액상습체납자는 쌓여가고 있다. 명단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 수는 작년에도 1만1009명이 신규 공개돼 누적 5만 7450명(체납액 45조 396억원)에 달하는데, 이들에 대한 지난해 현금징수액은 3945억원에 불과하다. 국세청이 작년에 신청한 감치 건수는 달랑 6건이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고액체납자는 너무 많은 명단이 공개되다 보니 ‘타격감’이 줄어들어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며 “감치제도는 경찰의 협조를 받아 체납자를 잡아와야 하는 행정력이 많이 소요돼 활성화가 어렵다”고 했다.
이 때문에 추가적인 법과 제도 보완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가세 대리납부제도 확대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유흥주점에서 소비자가 11만원을 결제할 경우 부가세 1만원의 40%인 4000원을 신용카드사가 떼 과세당국에 납부하고 나머지 10만 6000원만 음식점에 정산해주는 제도다. 세목 중 체납액이 가장 많은 부가세의 체납이 원천차단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자금유동성 문제를 낳아 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단 반론도 있다.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연장 필요성도 제기된다. 소멸시효제는 세금을 걷을 수 있는 권리를 5년(5억원 이상의 국세는 10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체납을 소멸해주는 제도다. 10억원 넘는 고액체납자가 소멸시효를 악용해 ‘버티기’하는 걸 막기 위해 소멸시효를 15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다만 민사채권의 소멸시효는 통상 10년, 국가채권은 5년 등으로 설정돼 있어 이에 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국세청은 올해 첫 운영하는 국세체납관리단을 통해 5000만원 이상의 체납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사실상 징수가능성이 낮아 결손처리에 가까운 ‘정리보류액’에도 재점검이 이뤄지면서 체납액이 줄어드는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정리보류액은 전체 체납액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체납액 5000만원 이하의 생계형 체납자(최대 28만 5000명)에 대해선 납세의무소멸제도를 적용, 체납액 3조 4000억원을 없애줄 계획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성실 체납자’라는 이유로 체납 탕감을 반복하면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마찬가지로 조세형평성, 정부 재원 충당을 위해 체납자의 은닉재산을 찾아 징수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을 계속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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