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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투자은행(IB) 및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24년 초 CA협의체 출범 당시엔 분담금을 납부하며 참여했으나, 2025년 들어 협의체 협약사 명단에서 공식 제외됐다. 이에 따라 모빌리티는 그룹 공동 운영을 위한 분담금 납부 의무에서도 벗어났다. 카카오 고위 관계자는 “모빌리티는 현재 협의체 구성원이 아니다”라고 시인했다.
CA협의체는 카카오의 문어발식 계열사 운영을 바로잡기 위해 2024년 2월 출범한 카카오의 컨트롤타워다. 카카오 측은 의사결정기구가 아닌 협의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룹 내 대부분의 의사 결정은 협의체를 거쳐 최종 논의돼왔다. 출범 당시 13개 계열사가 분담금을 내는 협약사로 이름을 올렸으나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가 이탈한 데 이어, 오는 5월 매각을 앞둔 카카오게임즈의 이탈도 예고됐다. 현재 CA협의체 협약사는 카카오 및 4개 계열사(뱅크·페이·엔터테인먼트·게임즈)로 줄어든 상태다.
시장에선 김 창업자가 법정과 병석을 오가는 사이 계열사들의 이익을 조정하고 쇄신을 이끌어야 할 협의체가 정작 알짜 계열사의 이탈조차 막지 못한 식물 컨트롤타워로 전락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초 CA협의체 의장은 김범수 창업자가 정신아 대표와 공동으로 맡았으나, 2024년 7월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논란에 김 창업자가 연루되며 2025년 3월부터 정 대표가 단독 의장을 맡고 있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건강 상의 이유로 CA협의체를 비롯한 경영 일선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FI 비토권에 위협받는 카카오式 거버넌스
카카오모빌리티 이탈의 배경에는 카카오 본사의 취약한 지배구조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21년 카카오모빌리티가 유치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이 기업공개(IPO)와 지분 매각 무산 등을 이유로 본사를 강하게 압박하자, 카카오 수뇌부와 투자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이 과정에서 CA협의체 탈퇴라는 극단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엑시트(투자 회수) 지연에 항의하며 계열사 자금이 본사로 흘러가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자, 카카오 본사가 갈등을 피하기 위해 협약사에서 뺀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본사가 투자자들에게 휘둘리며 계열사 관리라는 핵심 기능을 상실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CA협의체는 출범 당시부터 계열사의 자율 경영을 침해하는 옥상옥 조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각 계열사의 전문 경영인 체제를 무력화하고, 본사의 입김을 강요하는 비효율적인 컨트롤타워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의사결정 단계만 늘려 경영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카카오는 지난 2월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CA협의체는 기존 4개 위원회와 총괄·단 체제를 폐지하고 그룹투자전략실·그룹재무전략실·그룹인사전략실 등 3개의 ‘실’ 조직을 신설했다. 기존 ESG·홍보(PR)·대외협력(PA)·준법경영 등 기존 지원 부서는 ‘담당’ 체제로 전환하고 실무 조직은 카카오 본사로 이관했다. 가볍고 빠르게 움직이며 실행 중심의 컨트롤타워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이번 개편의 핵심 구상이었다.
하지만 조직을 깎아내고 실무를 본사로 이관하는 초강수가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협의체 이탈 후에야 나왔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조직 구조를 단순화하며 실행력을 강조했지만, 정작 계열사 관리의 가장 기본인 소통과 협업 단계에서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리스크 피하기 위한 출구 전략”
특히 FI들의 반발을 의식해 본사가 협약사 탈퇴라는 편법적인 출구 전략을 열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자들이 분담금 납부를 거부한다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이나 사익편취에 해당될 수 있다. CA협의체가 제공하는 인사·재무·전략 등 그룹 차원의 공통 자원을 무상으로 누리면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은, 특정 계열사에 현저히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 시장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유지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세법상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카카오 본사가 당연히 받아야 할 채권(분담금) 행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포기할 경우, 이는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본사의 과세 소득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간주돼 국세청의 추징 대상이 될 우려도 있었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CA협의체 출범 당시 분담금 징수의 정당성에 대한 사전 법률 검토가 있었음에도 특정 계열사만 예외로 두는 것은 부당 지원 행위로 보여질 수 있다”며 “본사 이사회의 배임 이슈로까지 번질 수 있는 사안을 피하기 위해 협약사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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