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점자 교과서 적기 보급을 의무화하고 디지털 파일 제출 근거를 마련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실효성 확보를 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국회에 따르면 시각장애 학생과 교원을 위한 점자 교과서의 적기 제작·보급을 의무화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이 장애인 학생과 교원을 위한 교과용 도서를 점자 등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작해 학기 시작 전 적시에 보급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아울러 교육부 장관이 교과용 도서 발행·제작자에게 점자 교과용 도서 등의 제작에 필요한 디지털 파일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요청받은 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30일 이내에 이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동안 시각장애 학생과 교원이 사용하는 점자 교과서는 학기 시작 이후에야 보급되거나 단원별 분권 형태로 늦게 제공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이에 시각장애 학생과 학부모, 시각장애 교원들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공익법센터 동천,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과 함께 점자 교과서 지연 보급이 교육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에 반영된 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은 “그동안 장애인 학생과 교사들은 새 학기가 시작될 때 교과서 없이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감내해왔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장애인 학생의 학습권과 장애인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 문제가 실질적으로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도 “비장애 학생들에게는 당연한 권리가 시각장애 학생들에게는 헌법소원까지 제기해야 할 절박한 숙원이었다”며 “교과서 보급 지연은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학습 기회를 제한해 온 구조적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점자 교과서 문제를 계기로 장애 학생들이 교육 현장에서 겪어온 구조적 불편과 차별을 하나씩 바로잡아 누구도 출발선에서부터 뒤처지지 않는 평등한 교육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이하 장교조)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개정안을 “시각장애인 교과서 접근권 보장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법 조문만으로는 교실에 교과서가 도착하지 않는다”며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교조는 특히 디지털 파일 납본 의무만으로는 적기 보급이 자동으로 보장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파일 확보 이후 실제 점역·교정·인쇄·보급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제작 전 과정에 대한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시각장애 교원을 위한 교사용 교과서와 지도서가 여전히 학생용 중심 체계에 묶여 있어 교육권 보장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장교조는 대통령령 개정을 통한 디지털 파일 제출 형식과 절차, 정당한 사유의 범위 구체화, 검인정 교과서 편찬기준에 접근성 요건 반영, 국정교과서의 대체자료 병행 제작 의무화, 교사용 교과서·지도서의 별도 제작 체계 마련 등을 후속 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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