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농업이 경험과 직관 그리고 하늘의 운에 의존한 ‘운칠기삼(運七技三)’의 영역이었다면 오늘날의 농업은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의 영역’으로 진화했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매년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을 확인하듯이 안전한 농산물 생산과 작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논밭 토양의 영양과 작물의 건강 상태에 대해 2000년부터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토양검정 등 과학영농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특히 수도권 농업을 책임지고 있는 경기도는 지난해 과학영농사업으로 토양검정과 잔류농약 분석 등 9만4천건의 과학영농 분석 데이터를 확보해 수도권 경기농업의 ‘정밀함’을 한 차원 높였다.
데이터가 증명하는 첫 번째 가치는 ‘지속가능한 토양 관리’에 있다. 전체 분석의 55%에 해당하는 5만2천건의 토양검정 데이터로 각 토양 상태에 맞는 비료 처방전을 제공했다. 내 땅의 영양 상태를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비료와 퇴비량을 조절함으로써 농업인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경영비를 절감하고 소비자들에게는 비료 적량 사용으로 환경오염을 예방하는 공익적 혜택을 돌려줬다.
두 번째는 ‘안전’이라는 이름의 신뢰 자산 구축이다. 연간 2만5천건에 달하는 잔류농약 분석 실적은 경기농업의 ‘안전 보증서’와 같다. 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PLS) 시행 이후 소비자의 잔류농약 불안감 해소와 잔류농약 부적합 농산물이 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하는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데이터들은 ‘디지털 경기농업’의 초석이 된다. 경기농업은 이제 단순 분석정보 제공을 넘어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AI)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농업인별 토양·비료관리 맞춤형 기술을 제공하고 강화된 잔류농약 분석 기술은 부적합 농산물의 유통을 입구에서부터 차단한다.
이러한 9만4천개의 데이터 조각은 앞으로 경기농업의 미래를 이끌 거대한 지도의 밑바탕이 되고 있는 셈이고 농업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만족도 조사 결과 2023년 대비 3.1%포인트 상승한 96.3%라는 높은 평가는 농업 현장에서 이 데이터가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방증한다.
수도권 농업 특성상 경기도 농촌진흥사업의 본질은 단순한 농업기술 보급을 넘어 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 활동과 소비자의 안심을 책임지는 데 있다. 9만4천건의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약속하는 ‘정밀하고 안전한 경기농업’의 실천적 증거다. 봄비로 온갖 곡식을 기름지게 하는 곡우(穀雨)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 경기도는 이 정밀함의 깊이를 더해 경기농업의 백년대계를 튼튼히 세워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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