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장기공급계약(LTA)을 잇따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붐이 일면서 D램 공급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빅테크 AI 개발의 핵심 부품인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구글, MS 등과 LTA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기존 분기·연 단위 메모리 공급 계약을 3~5년 다년 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도 "구글, 아마존, MS, 메타 등 클라우드 서비스(CSP) 업체들이 대규모 선수금까지 SK하이닉스에 제시하며 5년간 전략적 장기공급계약 체결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램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다. 실제 AI 전환에 따른 서버 D램 수요 급증 속에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추세다. 범용 D램 등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메모리 물량은 사실상 내년까지 완판됐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올 1분기 서버용 D램 고정거래가격 상승률 전망치를 60~65%로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 서버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년 대비 최대 144%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서버용 D램 영업이익률이 기존 50~60%를 넘어 최대 80%를 상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맞춤형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인 'HBM3E'를 엔비디아, 구글, AMD 등 빅테크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브로드컴을 통해 구글에 납품된 HBM 중 삼성전자 비중이 60%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HBM 생산량을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리고 6세대 HBM인 HBM4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MS의 AI 추론 가속기 '마이아 200'에 HBM3E를 단독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엔비디아용 HBM을 독점 공급하다시피 하며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최근 삼성전자과 마이크론이 HBM 역량을 강화하며 바짝 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딩을 조기에 도입해 성능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르면 2029년 8세대 HBM5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반도체 활황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최대 320조원(메리츠증권), 230조원(하나증권)으로, 두 업체 합쳐 55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관측까지 나온다. 7일 잠정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이 최대 5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20조1000억원)을 2배 웃도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37조원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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